국제 국제일반

미국 제약업계 '세금 회피용' M&A 봇물

세율 낮은 유럽 제약사 인수

본사 옮겨 세금 줄이는 방식

애브비·밀란 등 대형 M&A


미국 제약회사인 애브비(AbbVie)가 55조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영국 제약사 샤이어 인수에 나서는 등 글로벌 제약업계의 인수합병(M&A)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세금이 적은 유럽 업체를 흡수해 조금이라도 세 부담을 줄이려는 미 제약사들의 '세테크' 경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샤이어사는 14일(현지시간) 애브비가 310억파운드(약 536억달러, 55조4,320억원) 규모의 합병안을 제시했다면서 이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샤이어에 대한 애브비의 다섯 번째 인수시도로 최종 성사될 경우 올 들어 최대 규모의 M&A가 된다. 또 다른 미 제약사 밀란도 애브비의 옛 모기업인 애벗래버러토리스의 해외사업부를 5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이날 공개했다.


이처럼 최근 쏟아지는 글로벌 제약업계 M&A의 핵심 요인은 '세금'이다. 미국 제약사들이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유럽 제약사와 합병한 뒤 본사를 유럽으로 옮기는 수법으로 세금을 절약하는 것이다. 영국(21%), 아일랜(12.5%), 네덜란드(25%) 등지의 법인세율이 미국(35%)보다 크게 낮은 점을 이용한 이른바 세금도치(tax inversion)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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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브비는 합병 후 본사를 영국으로 옮길 계획이다. 로이터는 바클레이스 분석가를 인용해 애브비가 본사를 옮기면 오는 2020년까지 13억달러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란 역시 본사를 네덜란드로 이전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미 화이자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를 1,200억달러 가량에 합병하려다 실패했다. 2월에는 미 메드트로닉이 아일랜드의 코비디언을 429억달러에 사들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성사된 글로벌 제약업계의 M&A 규모는 3,32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넘게 급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특히 미국의 대형 제약사들이 세금회피용 M&A에 적극적인 이유로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버는 수익 비중이 큰 점을 꼽았다. 미국은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송금할 때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제약사들로서는 세금을 피하고 싶은 욕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또 신약에 대한 연구개발(R&D)보다 아예 작은 제약사를 흡수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NYT는 풀이했다.

반면 유럽 제약업계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역내기업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면서 중견 제약사들이 제대로 크기도 전에 먹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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