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秋 장관의 묘수와 꼼수

난데없는 신도시 광풍에 급기야 장관 인책론까지 이번주 건설교통부는 국민의 시선 가운데서 안절부절 못하는 분위기였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지난 월요일 예고 없이 브리핑룸을 방문, 기자들에게 수도권 신도시 추가ㆍ확대 방침을 밝힌 후 벌어진 일이다. 신도시 개발이야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던 일이고 보면 주무장관이 정책 추진 사항을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렸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일국의 장관이 졸지에 ‘투기 세력(?)’으로 몰려 조롱받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시기와 방법이다. 추 장관이 공식 발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 ‘깜짝 쇼’에 나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독단’의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다. 건교부 정통 관료로 오랫동안 주택정책의 실무와 책임을 담당해온 추 장관으로서는 신도시 하나쯤 주무장관이 일부 언급하는 정도는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두번째는 ‘묘수’로 오판했을 가능성이다. 주지하다시피 한동안 하향안정세를 보이던 수도권 집값은 추석 연휴 이후 다시 불안 양상에 빠져들었다.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는 ‘8ㆍ31대책’의 성공 여부가 연말이면 판가름 날 것이라고 장담했건만 시장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남은 카드라면 8ㆍ31대책에서 약속했던 1,500만평의 신규 택지 확보 정도. 김포ㆍ양주 신도시 확대 이후 900만여평이 남았고 이번 인천 검단과 파주가 후속조치로 준비되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추 장관의 고민이 시작됐을 수 있다. 검단은 인천이 오래전부터 자체 신도시 개발을 추진해왔지만 거의 주목받지 못한 곳이고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기도 힘들다. 정상적으로 발표했다면 “1,500만평 채우기에 급급해 수요와 동떨어진 공급만 잔뜩 늘린다”는 비판만 받기 십상이다. 갑작스러운 시기에 느닷없이 터뜨릴 경우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한꺼번에 쏠리는 효과를 노린 ‘묘수’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묘수는 꼼수로 변해 추 장관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며 대실패로 귀결됐다. 온갖 전술과 지략이 맞부딪치는 바둑판에서도 수많은 묘수와 꼼수가 난무하기 마련이지만 진정한 고수는 묘수와 꼼수에 초연해야 한다고 한다. 원칙과 순리에 따라, 정석대로 둬야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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