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괴한 기념사진/사회부 정두환 기자(기자의 눈)

대한항공 801편의 처참한 잔해. 무더운 태양 아래서 마스크를 쓰고 시신 발굴에 여념이 없는 구조단과 조사단. 부모형제의 시신이라도 보고 싶지만 그마저도 허용이 안돼 저지선 앞에서 통곡하는 유가족들.이같은 사진들과 함께 또 한장의 사진이 11일 괌에서 날아왔다. 이 사진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처참한 비행기 잔해를 배경삼아 일렬로 늘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언뜻 한 무리의 관광객으로까지 비춰지는 꼴불견이다. 그러나 사진의 주인공들은 바로 현지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사고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9일 출국한 신한국당과 자민련 의원들로 밝혀졌다. 지금 유가족은 물론 많은 국민이 대한항공 801편 사고 사망자들로 슬픔에 잠겨 있다.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조차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있다. 유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누려는 작은 마음가짐에서다. 그러나 이들은 사고조사라는 명목 아래 그 누구도 누려서는 안되고, 누릴 생각조차 없는 해괴망칙한 「특권」을 향유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갖는 「면책특권」이 여기에서도 적용된다고 생각했을까. 현재 사고현장은 유가족들의 출입조차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을 당시 사고현장에서는 시신발굴작업이 한창이었다. 유족들은 보안상의 이유로 현장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인근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유가족들의 시선조차 무시할 수 있는 그들의 강심장을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최소한의 양식조차 갖추지 않은 그들을 선량으로 뽑은 우리를 탓해야 할까. 국민의 혈세로 그들에게 괌행 왕복비행기표와 숙박비를 제공하면서까지 누구도 감히 생각지 못한 「특별한 관광」을 시켜줘야 하는지 그저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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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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