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예술로 보듬다

세월호 참사충격 11일 트라우마에 빠진 국민

불안심리 긍정적 순화 미술·음악치료에 관심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생존자인 A(10대)양은 혼자 화장실 가는 것도 겁난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변기에 고인 물만 봐도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가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실종된 아들을 기다리는 가족 D(40대)씨는 흐르던 눈물도 다 말라버렸고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터질 것 같다. "심장과 창자가 터지고 끊어질 듯"한 괴로운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고 말하기도 싫다. 비슷한 체격의 청년 뒷모습만 봐도 아들인가 싶어 흠칫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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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녀, 내 친구들을 잃은 듯한 고통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은 물론 안산과 진도 주민을 넘어 "뉴스 보기가 겁난다"는 간접 체험자들까지 트라우마에 힘들어하고 있다.

2차대전 당시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종전 후 돌아와 친구를 포함해 나치에게 학살당한 수백만명의 유대인 비극을 듣고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과 고통에 사로잡혔다. 그는 이때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를 발표하며 자신은 물론 동포의 일그러진 감성을 치유하려 했다. 지금의 한국민도 눈앞에서 수백 명의 꽃다운 이들을 보내고 살아 있다는 데 대한 죄책감이 자리하고 있다. 브레히트가 문학으로 살아남은 자의 치유에 나섰던 것처럼 이 같은 상황을 예술활동을 기반으로 심리 안정화에 나서는 '예술치료(Art Theraph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사건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전문치료를 지원하고 있는 김선현 차병원대학 미술치료대학원장은 "앞서 천안함과 연평도 폭침 사건, 구제역 살처분 참여자들의 PTSD를 치료했고 수해 등의 자연재해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오래된 PTSD 치료에도 미술치료가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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