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림판 활용 의사소통 '효과적'

말하기 힘든 '기도삽관' 환자들<br>●강북삼성병원, 23명 시험결과<br>"목말라요""진통제 주세요"등 33개 항목 제작<br>심리 안정 도움·요구사항 표현등 만족도 높아

강북삼성병원 중환자실 간호사가 응급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와 그림을 이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환자의 증상이 매우 위독해 24시간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면서 치료를 해야 하는 중환자실. 이 곳에서는 대부분의 환자가 의료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그 중 많은 환자들이 숨을 쉬는 길인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기도삽관’을 하고 있다. 기도삽관을 하게 되면 환자들은 자기의사를 표현하고 싶어도 기도에 넣은 장비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다. 가뜩이나 불안한 상태에서 자기의사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강북삼성병원이 이런 중환자들에게 의료진이 다양한 상황을 다룬 그림을 제작해 관심을 끌고 있다. 환자들과 그림으로 대화를 나눈 결과 원활한 의사소통과 불안감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은 27일 중환자실에 입원한 기관 내 삽관환자 23명을 대상으로 그림판을 이용해 의사소통을 나눈 경우(13명)와 기존 방식대로 글을 쓰거나 손ㆍ발을 이용, 입 모양을 보고 대화를 나눈 환자(10명)를 대상으로 비교 조사한 결과 그림판을 이용한 환자군이 비교 군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을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강북삼성병원은 ‘xx가 아파요’, ‘가래 빼 주세요’, ‘진통제 주세요’, ‘목말라요’, ‘추워요, 이불주세요’ 등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33개 항목을 모두 그림판으로 제작해 확인했다. 그림은 환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단순화 했으며 그림 밑에는 설명을 적어 환자의 이해를 도왔다. 각 그림의 크기는 상황에 따라 가로20㎝ 세로30㎝와 가로20㎝ 세로15㎝ 두 종류로 만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환자가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의 그림끼리 묶어서 제작했다. 그림을 이용한 대화는 간호사가 환자에게 다양한 항목의 그림을 직접 보여주면서 환자의 요구사항을 손이나 몸 동작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방법을 환자들에게 적용한 결과 불편감 및 요구사항 표현 가능성, 의사소통 시 느낀 불안감의 정도,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만족도 등 조사항목 모두에서 그림으로 대화한 환자 군이 대조군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특히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만족도(10점 만점 기준)는 평균 4.2에서 8.15로 두 배 정도 높아졌으며 불편감 및 요구사항 표현 가능성은 평균 4.5에서 7.76으로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의사소통 시 느낀 불안감의 정도도 평균 5.4에서 3.38로 떨어져 그림을 통한 의사소통이 불안감 해소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중환자실 진상미 책임간호사는 “중환자실 환자 대부분은 두려움과 무력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그림을 이용한 대화가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처럼 그림을 이용한 설명이 좋은 결과가 나타난 만큼 앞으로도 계속 이 방법을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환자들의 요구를 더욱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데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림에 따른 사용자 빈도를 보면 신체적인 요구 영역의 경우 어디가 아프다는 표현이 가장 많았으며 정서적인 영역에서는 가족이 그립다는 궁금증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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