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라크전 장기화에 대비해야

이라크전쟁이 단기전의 예상을 깨고 장기전이 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국제유가와 금값이 치솟고 각국의 증시가 폭락하는 등 그 동안의 희망찬 기대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세계경제의 주엔진인 미국의 경제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마당에 장기전 전망이 나오자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국제유가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가 지난주말 보다 1.75달러나 치솟아 2001년 12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 인상폭을 기록했다. 한국 유럽 뉴욕 등 각국의 증시는 한결같이 폭락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61%나 폭락,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더 이상 전쟁랠리는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전망이 굳어지는 경우 무엇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태국 등 아시아국가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장기화의 여파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 한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2~3% 낮아질 것이란 분석 조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이 질척거리면 내수가 더욱 위축돼 경제위기설이 점차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리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운송비와 보험료 등의 인상으로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다 수출상담중단, 대금회수지연 등으로 무역업계는 전쟁의 피해를 입고 있다. 항공 여행 관광업계의 타격도 심각하기만 하다. 여기에 가파른 유가 상승은 그렇지 않아도 꿈틀거리는 물가를 자극하게 돼 우리경제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 뻔하다. 전쟁의 장기화에 대비,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라크전쟁으로 우리처럼 어려운 입장에 처한 나라도 드물다. 장기전이 되면 유가상승 수출부진 등으로 경제가 타격 받는 것을 피할 수 없고 단기전으로 끝나면 미국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설에 대처하기도 바쁜데 안보상황까지 챙겨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는 블레어 영국수상의 말처럼 우리경제나 안보 도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금융시장 요동이나 수출차질 등은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나 고유가,물가상승,수출차질,기업생산비부담가중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또한 아랍국 외상들의 성명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전쟁이 확산될 가능성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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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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