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바흐를 주치의로 모셔 보세요

■정신까지 치유하는 '음악치료' <br>10년 전 본격 도입 전문치료사 400명… '틱장애' '왕따' 등 정신과 분야 활발<br>한방선 국악사용 암까지 폭넓게 적용



사례1. 초등학교 4학년인 양모군은 갑작스럽게 욕설을 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틱장애' 환자다. 병의 원인은 부모의 지나친 학습강요로 인한 스트레스. 양군은 정신과치료와 ‘음악치료’를 약 10개월간 병행한 끝에 어느 정도 증세가 호전됐다. 사례2. 당뇨환자인 김모(57ㆍ남) 씨는 최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풍까지 앓게 돼 말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언어어눌' 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병원측에서 권유해 ‘한방음악치료’를 받고 있다. ◇음악치료란 = 음악치료는 예술로서의 속성인 '음악'과 과학적 입장을 가진 '치료'가 복합된 용어. 미국의 음악치료협회는 ‘음악치료는 치료적인 목적, 즉 정신과 신체건강을 복원 및 유지시키며 향상시키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 음악치료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지난 96년부터이며 일부 병원 및 대학내 치료센터 등에서 실시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음악치료학회에 등록된 음악치료사만 400여명이 넘을 정도로 보편화 돼 있다. ◇치료분야는 = 치료분야는 정신과적인 영역이 많다. 치료대상은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하다. 아이의 경우 주의력과 집중력이 부족한 증세를 보이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및 '틱장애' 아동들이 많다. 성인은 불면증과 만성두통 등 스트레스성 질환에서부터 뇌졸중환자의 보행회복과 치매환자의 인지능력 향상 등 재활치료에도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금연시 일어나는 금단증상과 인터넷 중독증상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단 경우에 따라 음악치료 단독보다는 약물치료 등과 병행해야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진소영 음악치료사(숙명여자대학교 음악치료대학원)는 "최근에는 왕따 등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는 자녀들의 음악치료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연주와 감상을 반복해 치료= 가령 산만한 아동의 경우 스트레스 분출을 위해 본인이 드럼과 심벌즈로 직접 연주하는 즉흥연주 후에 긴장이완을 위한 음악감상을 하며 주의력과 집중력을 기르게 된다. 이때 화음을 미리 맞춰놓은 오픈코드 기타 등 특수한 악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활용 가능= 음악치료의 원리 중 '동질성의 원리'라는 것이 있다. 즉 자신의 기분과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듣는 것이 몸에 좋다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즉 비오는 날 우울한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무작정 빠르고 활발한 음악을 듣기 보다는 처음에는 차분한 음악을 들어 분위기에 맞춘 후 빠른 음악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만성편두통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음악의 연상작용을 이용하면 된다. 편두통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면 좋은 기억을 연상시키는 음악(가령 연인과 까페에서 같이 듣던 음악)을 듣고 나쁜 기억을 떠올리는 음악은 듣지 않는 것이 좋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우선 불면증이 오는 원인을 스스로 파악하고 자신의 심리상태에 맞고 선호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단 불면증 환자의 경우는 신체적인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동반하면 좋다. 활동을 자극시키는 음악으로는 연주악기가 많은 오케스트라와 불협화음이 많은 재즈를 비롯해 음역의 폭이 넓고, 조성(調性)의 변화가 급격한 음악이 좋다. 홀스트의 '행성' 등을 대표 곡으로 꼽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안정시키고 침체시키는 음악을 듣고 싶다면 연주악기수가 1개인 것을 고른다. 부드럽고 조성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음역의 폭이 좁고, 급격한 멜로디 변화가 없는 음악이 좋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 바흐의 '미뉴에트' 등이 대표곡이다. ◇한방에서도 많이 활용 = 한방음악치료는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보는 한의학 이론에 입각해 인체의 조직구조, 생리기능, 병리변화에 맞는 기(氣)를 발하는 음악으로 음양(陰陽)을 조절한다는 원리다. 음의 자극으로 사람의 기운을 가라앉히거나 상승시킨다는 개념이다. 가령 우울한 환자에게는 가야금 산조중 자진모리 등 발생기운을 지닌 목기(木氣)음악을 들려주고 안정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편안하며 일정한 박자를 지닌 토기(土氣)음악을 들려준다. 현재 한방음악치료는 암환자, 뇌경색환자, 관절염환자의 통증완화, 아토피환자의 열증치료 등에 폭 넓게 적용되고 있다. 한방음악치료의 효과를 실험한 결과도 수치로 나와있어 눈길을 끈다. 한방음악치료를 실시하고 있는 동서신의학병원은 발생기운을 촉진하는 목기음악이 식물의 발아를 촉진 시키는 지 여부를 실험했다. 그 결과 목기음악을 들려준 식물 50개중 47개가 발아해 火氣(26개 발아), 土氣(25개), 金氣(19개), 水氣(29개) 음악보다 월등하게 높은 발아율을 보였다. 또한 골수기능이 저하된 혈액암 환자에게 한방음악치료를 실시한 전후의 백혈구 수치를 측정한 결과 환자A(5,600?5,700), 환자B(2,700?3,700), 환자C(6,800?8,600), 환자D(3,000?4,600) 등 적게는 100에서 많게는 1,800까지 백혈구 수치를 높여 면역력을 상승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현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음악치료 센터장은 "한방음악치료가 약물과 침의 치료기간을 단축시켜 줄 수 있다"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사용되는 악기는 장구와 소고이며 대금, 가야금, 해금 연주음악을 주로 듣는다. 하지만 이런 전통악기 외에도 필요에 따라 피아노, 핸드벨 등 양악기를 함께 사용해 치료효과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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