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명사의 골프엿보기] 그립과 드라이버

초보시절에는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팔 근육이 경직되기 쉽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흐르고 90대의 보기플레이 수준쯤 되면 골프의 참맛을 조금씩 느끼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스윙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지적사항도 그때쯤이면 무릎을 치고 「허, 그걸몰랐네…」하며 어떤 만족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오랜 친구인 A에 관한 얘기다. 2년전 이른 봄, 어느 화창한 주말이었다. 그때 A는 골프에 입문한지 8개월쯤 됐는데 운동신경이 뛰어나 매우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입문 6개월만에 100타대를 깨고 90대 중후반까지 스코어를 기록할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그 날은 수도권 N골프장에서 A를 포함해 친구들과 플레이를 하게 됐는데 그와는 개인적으로 두번째 라운드였다. 이 친구의 고민은 다른 비기너골퍼들과는 달리 퍼팅 등 숏게임이 아니라 일명 「짤순이」 드라이버 샷이었다. 20~30야드의 어프로치와 퍼팅은 80대 수준의 골퍼를 능가할 정도였다. A는 첫 홀 티샷에 앞서 『어이, 金사장. 내 새 드라이버 어때…』하며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은 중고채는 처남에게 주고 자신은 새로 런칭한 국산클럽을 구입했다고 자랑했다. 연습장에서 몇 차례 휘둘러본 결과 타구감도 좋고 예전보다 거리도 제법 더 멀리 나가는 것 같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 선 그는 몇 차례 헛 스윙을 한 뒤 어드레스를 다시 점검하고 티샷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 우째 이런 일이…」. 볼이 정확히 페어웨이 한 가운데를 향하는 굿샷을 날렸거만 새로 구입한 클럽은 손에서 벗어나 하늘로 「휭」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클럽이 날아가는 방향은 연못쪽이었다. N골프장의 1번홀의 티잉 그라운드는 플레이어가 어드레스를 취했을 때 등 뒤쪽으로 연못이 하나 있는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고 수심도 깊다. 친구 A의 새 클럽은 연못의 한 가운데에 「풍덩」하며 가라앉았다. 거금을 들여 구입한 그 클럽은 단 한번의 티샷으로 생명을 다해 버렸다. 『웬 참, 귀가 막혀서 말이 다 안나온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그립은 아주 새털처럼 가볍게 쥐어야 스윙이 부드러워지고 거리도 많이 납니다』라는 한 레슨프로의 얘기를 실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