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혹행위 못견뎌 자살… 24년 만에 인정받다

법원, 유족이 낸 소송에서 유족 손 들어줘

구타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군인을 24년만에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김순열 판사는 1980년대에 군대를 다니다 자살한 이모씨의 유족이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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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스무살의 나이로 육군에 입대한 이씨는 입대 석 달 만에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은 이씨가 불우한 가정환경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이씨의 아버지는 선임병의 가혹행위로 고통 받던 이씨의 모습을 단서로 지난 2007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군 의문사위)에 진정을 냈다.

군 의문사위는 조사 끝에 이씨 자살 원인이 “일상적인 가혹행위, 감당하기 어려운 훈련으로 발생한 우울장애”란 사실을 밝혀냈다. 이씨가 신병훈련 기간에 ‘머리박기’, ‘멍석말이’등 얼차려를 받았고, 부대배치 후에도 구타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유족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지만 보훈청이 “공무수행과 사망 간 인과관계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거듭된 가혹행위, 힘든 훈련으로 발생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자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며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의 통제성·폐쇄성을 고려하면 가혹행위로 인한 피해는 일반사회에서보다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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