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드] ■ 어떤 수법 사용하나
범죄조직이나 금융사기범 등은 돈세탁을 위해 국가마다 상이한 조세 및 형법을 교묘하게 악용한다.
대표적인 수법 가운데 하나는 여러 개의 국가에 회사를 설립, 회사간 합법적 거래를 위장해 자금의 출처를 밝히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몇 년전 유럽에서 검거된 한 주류 밀수범은 수사결과 3개 국가에 별도의 회사를 설립한 뒤 밀수자금을 세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밀수범은 제 3국에 A라는 제지회사를 설립, 밀수대금을 이 회사 소유 은행계좌에 입금시켰다.
A사로 들어온 검은 돈은 밀수범의 아내 명의로 된 또 다른 국가의 B라는 회사로 다시 이체됐다. B사로 입금된 돈은 마지막으로 부동산대출금 형태로 밀수범이 소유하고 있는 C라는 회사로 합법적으로 옮겨갔다.
수백만달러대 이하의 비교적 소액(?)은 한 국가에서 수많은 은행계좌를 만들어 복잡하게 돈을 이체하는 수법이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여러 도시의 서로 다른 은행들에 가명계좌를 수백개 이상 만들고 이 계좌들로 소액의 자금을 분산한 뒤 계좌간 이체를 통해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수법이다.
또 여러 사람의 명의를 도용, 신고의무가 없는 소액 외환거래를 통해 범죄자금을 세탁하기도 한다. 법원경매에서 물건을 낙찰받은 뒤 현금으로 이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불법자금을 세탁했다가 나중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인터넷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을 통한 돈세탁 수법도 함께 발달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차명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한 후 온라인으로 계좌이체 등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는 방법. 매번 거래할 때마다 은행에 직접 찾아야 하는 전통적인 거래방식과 달리 인터넷 뱅킹은 타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뒤 지속적인 은행거래가 가능한 점이 돈세탁에 악용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돈세탁 경로로 도박 사이트도 이용되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 도박 사이트 설립이 허용된 조세피난처 국가에 서버를 두고 회원들이 사이트에서 도박을 위해 돈을 지불한 것처럼 자금 유출을 위장하는 방법이다. 돈세탁자들은 먼저 도박사이트 설립이 금지된 자국에서 회원을 모집, 회원 숫자와 이들이 지불하는 돈을 서류상으로 부풀려 마치 이들이 대금을 지불한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실제 이 같은 방법으로 무려 1억7,8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돈세탁한 범죄조직이 수사당국에 적발된 사례도 최근 발생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전자상거래사이트를 통해 물품을 합법적으로 사고 판 것처럼 위장한 뒤 신용카드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는 방법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로펌, 금융기관, 회계법인 등이 공모, 법률과 규정의 틈새를 비집고 불법자금의 세탁을 알선해주고 거액의 수수료를 받는 양상까지 나타나 돈세탁을 둘러싼 각종 범죄가 나날이 복잡하고 교묘해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