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드디어 10년간의 장기불황에서 빠져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존보다 하락 폭을 줄여 0.1%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일본은행(BOJ)은 올 연말에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것은 일본 경제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다. 일본은 그간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따라서 디플레의 종식은 일본 경제의 장기적인 회복에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BOJ는 그러나 디플레 종식을 선언하고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 이전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한 가지 이유는 CPI 상승이 최근의 유가급등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에너지 및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의 경우 8월 들어 0.33%나 하락했다.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경우 일본 경기는 다시 침체될 수도 있다.
완전히 싸움에서 이기기 이전에 승리를 선언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피해야 한다. 일본에 필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양적인 통화팽창 정책을 거두어들일 것인지 시장이 예측할 수 있도록 BOJ가 정책의 틀과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BOJ는 CPI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판단될 때까지만 팽창정책을 유지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전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BOJ는 CPI가 하락을 멈출 때를 대비해 이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정합성을 갖는 수치는 약 2% 정도로 이는 80년대 일본의 인플레이션 평균치인 2.5%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제한적인 인플레는 일본의 국채부담과 디플레 복귀에 대한 위험부담을 완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 BOJ는 인플레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수치 설정은 정부에 맡기고 정책 결정과 관련된 부분을 전담하는 편이 낫다. 이것은 정책의 신뢰성과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일본이 디플레에서 보다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