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무슨 염치로 세비는 꼬박꼬박 받는지

국회가 29일 채택한 대일 각료 규탄 결의안은 맥이 빠질 대로 빠져버렸다. 원래 지난 26일 본회의 처리가 예정된 결의안이 한심하게도 의결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해 채택되지 못했으니 규탄의 의미와 상징성이 퇴색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는 사이 일본은 28일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처음으로 참석한 가운데 주권 회복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포함한 다수의 참석자들이 아키히토 일왕 부부 앞에서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는 광경을 보노라면 섬뜩한 전율까지 느껴진다.


일본 정치권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각종 민생ㆍ경제 현안이 산적한데도 우리 정치권의 몰염치한 구태는 그대로다. 국회는 토요일인 지난 27일 예산결산위원회를 열었다.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준답시고 휴일에도 국회 일정을 속개했지만 예결위의 풍경은 전날과 다름없었다. 예결위 소속 의원 50명 가운데 고작 6명만 참석했다. 이러고선 추경안을 따지고 들어본들 말발이 먹혀 들까 싶다. 26일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본회의장에서 출석까지 부르며 의원 소임을 다하라는 무언의 경고는 한낱 소 귀에 경 읽기밖에 안 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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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본회의와 상임위 활동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본회의와 상임위 참석은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자면 끝도 없다. 아무리 급하고 긴요한 일정이 있더라도 의정활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이러고서 세비를 꼬박꼬박 받는 것은 국민 모독이자 세금 도둑이나 다름없다.

국회사무처와 시민단체들은 의원이 소속 상임위에 출석해 발언한 의사록을 토대로 출석률을 매기기는 하지만 시민단체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 의회처럼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 여부를 24시간 이내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입법권을 국회가 가졌으니 그렇게 할까 싶다만 이대로 가다가는 정치 불신과 염증이 언젠가는 폭발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분노가 점점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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