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최종길교수 유족에 18억 배상 판결

서울고법 "소멸시효 지났지만 손배청구권 인정"

의문사 사건으로 30년 동안 진상이 은폐됐던 최종길 교수 사망 사건에 대해 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14일 유신시절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고(故) 최종길 교수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므로 국가는 유족에게 18억4,8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도 원고들이 정부차원에 치밀한 은폐로 인해 피해자가 진상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민법)이 지나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예산회계법)이 지나면 소멸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칙적으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청구권은 시효기간의경과로 소멸했지만 이 사건에서는 중앙정보부가 치밀하게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함으로써 의문사진상규명위가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는 원고들로서는 사건의 진상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 있었으므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최종길은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했거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이를 피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사망했거나, 또는 의식불명 상태의 그를 사망한 것으로 오인한 수사관들이 건물 밖으로 던짐으로써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국가에 의한 불법행위를 명확히 했다. 1심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나 국가가 유족에게 손배 의무가 없다고 판결하고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 차모씨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배책임만 인정했다.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반인권적 범죄 피해자에게 소멸시효가 지났지만 예외적인 상황임을 들어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것은 ‘간첩가족’이라는 누명을 쓰고 고통을 당한 수지 김씨 유족들이 2003년 국가상대 소송에서 승소한 이래 두 번째다. 최종길 교수는 지난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한 후 지난 2002년 의문사위에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