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우리 술은 우리 문화를 빚는다

독일의 맥주, 러시아의 보드카, 프랑스의 와인. 각 나라를 연상했을 때 떠오르는 술이 있다. 이처럼 술이 한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이유는 술 속에 그 나라의 문화적 가치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옥토버페스티벌을 세계 3대 페스티벌의 하나로 만든 독일이나 와인 종주국이라 불리는 프랑스가 자국의 술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맥주나 와인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와인의 세계적인 성공 뒤에는 와인을 문화상품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마케팅과 지원을 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우리 술은 외국의 대표 술과 비교해 결코 손색이 없다. 우리 술의 제품력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우리 술들은 지난해 러시아의 세계적인 식품박람회인 프로도를 비롯해 다수의 주류 콘테스트 및 경쟁 대회에서 수상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외국의 유명한 술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술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즐겨 찾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 술만이 갖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찾아내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술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술 문화가 잘 발달했다. 술을 음식 가운데 가장 귀한 것으로 여겼던 우리 민족은 술을 따르는 그릇까지 특별하게 제작할 정도로 술을 숭상했다. 가양주(家釀酒) 문화로 인해 다종다양한 술을 만들어내 술의 깊고 오묘한 맛을 즐기는 동시에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그 궁합을 음미하는 주안상 문화를 발달시켰다. 술을 마실 때에는 노래와 시조를 곁들여 우아한 풍류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즐겁게 술을 마시면서도 술 마시는 법도를 따로 가르치는 등 예의범절 또한 중시했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아름답고 독특한 술 문화는 일제 강점기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300여가지에 달하는 우리 술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다 함께 어울려 즐겁게 교류하고 술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군음(群飮) 문화’는 맛도 모른 채 그저 취하기 위해 마시는 ‘폭탄주 문화’로 변질됐고 예의와 법도를 중시했던 옛 모습과 달리 큰 실수를 저질러도 ‘술자리’라는 이유로 양해해야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우리 술 속에 있는 아름다운 문화를 오늘에 맞게 널리 알리는 일이야말로 전통주의 성장에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정부 또한 세제 지원을 넘어서 우리 전통주의 문화적 가치를 염두에 둔 방법을 찾아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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