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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국내 최초 여성 프로 카레이서 강윤수

우기자의 로그인<br>"레이싱 한번 마치면 3kg 빠져요"<br>국내 경주車 중 배기량 가장 큰 6000cc 몰아<br>작년 충돌 사고… 재활 1년만에 다시 핸들<br>車성능-운전실력 비중은 '50대50'이죠



[리빙 앤 조이] 국내 최초 여성 프로 카레이서 강윤수 우기자의 로그인"레이싱 한번 마치면 3kg 빠져요"국내 경주車 중 배기량 가장 큰 6000cc 몰아작년 충돌 사고… 재활 1년만에 다시 핸들車성능-운전실력 비중은 '50대50'이죠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사람들에게 “세계 3대 스포츠이벤트가 뭔지 아느냐?”고 물어보면 웬만한 이들은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꼽는다. 하지만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대신 자동차 경주대회인 F1을 3대 스포츠 이벤트에 포함시킨다. 먹고 살 만한 나라에서는 자동차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지 오래된 까닭이다. 선진국에서 자동차 경주는 그 만큼 대중적인 관심이 높고, 흥행 효과도 엄청나다. 실제로 780마력의 8기통 경주용 자동차들은 대당 가격이 100억원이나 하고 F1대회가 열리면 전세계 184개국 6억 명의 인구가 TV앞에 앉아 채널을 고정시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카레이스의 불모지다. 이제 겨우 F1 코리아 그랑프리 공식운영사 KAVO(Korea Auto Valley Operation)가 2010년부터 7년간 F1 한국 그랑프리 개최권을 확보, 전남 영암군 삼호읍 429만㎡의 부지에 전용서킷을 짓기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황량한 배경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이 꽃의 이름은 강윤수(23). 국내 최초의 여성 프로 카레이서다. 1m55, 45㎏. 요즘 평균 여성의 몸집에도 못 미치는 작은 체구로 배기량 6,000㏄의 괴물 같은 자동차를 몰아대는 이 처녀는 아직 소녀 티가 가시지 않은 채 기자의 맞은 편에 앉아 있었다. -자동차 경주는 종류가 많아서 꽤 복잡하던데 레이스의 분류는 어떻게 합니까.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그 얘기나 먼저 해보십시다. “CJ수퍼레이스 챔피언쉽을 기준으로 설명을 해드릴게요. 레이스는 통상 엔진의 배기량을 기준으로 분류하는데 1600㏄, 2000㏄, GT클래스(3,000㏄), 슈퍼6000(6,000㏄)으로 나눠진다고 보면 돼요. 이들 레이스의 차이점이라면 배기량에 따라 마력수가 달라지면서 운전기술도 달라진다는 거지요. 운전기술만 놓고 보면 마력수가 가장 큰 슈퍼6000이 가장 힘들어요. 왜냐하면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엄청난 속력을 내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다른 급 보다 위험하고요.” -그러면 강선수는 어떤 클래스가 제일 자신이 있습니까. “6000클래스예요. 왜냐하면 지금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내가 여자라서 남자 보다 섬세하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에는 6,000cc급 레이서가 7명 밖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클래스라서 그렇고요. 또 차 값이 비싸니까 구매 능력이 있는 업체들이 별로 없어요. 현재 5개팀이 시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범 단계라고 보면 되지요. 흥행이 되고,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 더 많은 팀이 들어올 거예요. 현재 참가하고 있는 팀은 CJ레이싱, KTDOM, 유시원 안재모, 이세창 같은 연예인들이 선수로 있는 R-Stars, 일본계인 레클리스, 차량제작 업체 어울림모터스 등 5팀이 참가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늘어나겠지요. 우리도 그걸 기대하고 팀을 창단한거고요.” 그렇다면 4개 팀과 경쟁을 하는 이 어린 처녀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진 기자는 실례를 무릅쓰고 성적을 물어봤다. -6,000㏄급 경주를 지난 5월18일 치렀다던데 성적은 어땠습니까. “그때는 시합이 아니고 단순한 이벤트였어요. 성적은 큰 의미가 없고요. 6월 부터는 성적이 순위가 매겨져서 5개 팀 7명의 순위가 정해질거예요. 인센티브가 주어지니까요.” -지난해 여름 비에 미끄러져 다른 경주차와 충돌해서 두 달 동안 입원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디를 얼마나 다쳤나요. “자동차의 좌측면을 받혀서 허리와 골반 뼈에 금이 갔어요. 두 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어요. 자동차 경주에서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지만 선수가 다치는 경우는 드물어요. 사고 순간 정신을 잃어서 생각은 잘 안나는데 뒷 차에 밀려서 내 차가 빙글 돌았어요. 그 순간 뒷차의 뒤를 따르던 또 다른 차가 운전석 좌측면을 받은거지요. 머리에 충격을 받아서 부딪히는 순간에 정신을 잃었어요. 정신을 잃던 순간에는 시야가 좁아지면서 세상이 까맣게 변하던 것만 생각나요. 그 검은 배경이 슬로비디오 처럼 천천히 다가오더니 카메라 렌즈 처럼 좁아지고, 결국은 시야가 모두 다 검게 변했어요. 이틀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어요.” 정신을 잃은 지 이틀 만에 깨어나 두 달간 병원 신세를 졌던 이 처녀는 지금 다시 운전대를 잡고 있다. 몸을 추스르는데 걸렸던 1년의 간극은 억센 남자들도 견뎌내기 어려운 시간 처럼 생각됐다. -그런 사고를 겪고 난 후 다시 레이스에 임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무섭지 않습니까. “사고는 지난 해 7월 8일에 났는데 작년 내내 재활 치료를 받았어요. 훈련을 재개한 건 올해 부터예요. 레이스를 다시 시작했을 때 의외로 두렵지 않았어요. 입원을 했을 때 병원에서 사고 장면이 기록 된 테이프를 봤는데 ‘내가 좀 더 경험이 있었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아쉽기도 하고 화가 많이 나더군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사고가 좋은 경험이 됐어요. 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이렇게 저렇게 대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의 밥 벌이에 이토록 몰입을 하기 위해서 그에 걸 맞는 교육과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그 과정을 건너 뛰고 직업의식이 저절로 생겨날 리 없다. 힘 들고, 어려워도 그 것은 거쳐야 할 단계요, 절차다. 그렇다면 강윤수라는 프로 드라이버는 과연 어떤 훈련을 받았을까. -레이서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합니까. “저는 카트로 입문을 했어요. 카트로 기본기를 다진 다음에 포뮬러 클래스(F1800 A,B)로 올라온 거지요. 선수의 기량에 따라 다르지만 이렇게 단계적으로 올라오면 1~2년 정도 걸려요. 제 경우는 2년 걸렸어요.” -어느 단계가 가장 힘들던가요. “재미있게 하다 보니까 어느 코스도 힘들지 않았어요. 학교 다니면서 연습을 했는데 시합이 있을 때는 결석을 자주 했지요.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해서 학점은 잘 안나왔어요.” -F1 레이서가 꿈이라고 들었습니다. F1레이서가 되면 국내에서 활동이 가능한가요. “국내에는 아직 F1레이스가 없어요. 하지만 2010년 전라남도 영암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앞으로는 모터스포츠도 발전할테고,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겠지요. 경주는 자동차산업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데다 관광 수입에도 도움이 되고, 국가 이미지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강선수는 국내 유일의 여자 레이서입니다. CJ레이싱에는 어떻게 입단하게 됐나요. “CJ에서 저를 스카우트 한 것은 내가 여자라서 그 희소성과 상품성을 활용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의 섬세함을 십분 활용해서 좋은 성적을 낼 생각이에요. 대회가 시작되면 관심있게 지켜봐 주세요.” -레이스에 출전하는 자동차들은 각기 다른 회사의 자동차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성능과 드라이버의 실력 중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봅니까. “비중은 비슷하다고 봐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되면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없거든요. 차 성능은 좋은데 드라이버 실력이 없다면 우승할 수 없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두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6,000㏄ 엔진이라면 일반 중형승용차 배기량의 3배다. 이 괴물 같은 차를 운전하려면 평소에 운전연습이 충분히 돼있어야 할 것 같았다. -드라이빙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훈련은 어떻게 합니까. “훈련은 주로 혼자 하는 편인데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요. 레이싱 코스에서는 경기장 스케줄에 따라 수ㆍ목ㆍ금요일에 2~3시간 정도씩 하지요. 체력 훈련은 별도로 헬스를 다니면서 근력운동 위주로 매일 3시간 정도 해요. 덤벨로 팔ㆍ다리ㆍ목 근육을 키우고, 러닝머신은 40분 정도 해요. 벤치프레스는 20㎏ 정도 들고요. 헬스에서 운동을 하는데다 레이싱을 하면 한번에 2~3㎏가 빠지기 때문에 다이어트가 따로 필요 없어요.” -레이스에 돌입하면 극도의 긴장이 계속될 텐데 레이스를 마친 후 체감하는 신체 변화는 있습니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몸의 이곳 저곳에 근육이 뭉치는 것이지요. 그 중에서도 주로 목과 팔, 다리근육이 많이 뭉치는 편이에요.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 직접 뛰는 것도 아니고 겨우 자동차 운전하는데 뭐가 힘드냐’고 하지만 실제로 레이스에 돌입하면 온 몸에 모든 근육을 사용합니다. 특히 코너에서 몸이 쏠리면 원심력에 맞서면서 시야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때 근육을 많이 쓰게 돼요. 레이스를 마치고 체중을 달아 보면 보통 3~4㎏씩 줄지요.” -레이서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머리에서는 가속 페달을 밟으라고 명령을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어요. 속도가 올라가면 겁이 나니까요. 더 밟으면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사고가 날 것 같은 생각도 동시에 들거든요. 결국 관건은 순간 순간의 판단이고, 용기와 배짱이지요. 자기 자신을 극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승부가 결정되는 거지요. 그 밖에 힘든 점은 아직 우리나라에는 선수들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한 편이라 훈련이 환경이 안 좋아요. 선수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이 알아서 훈련과 관리를 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요. 전문 인력의 도움이 필요한데 아직은 그런 인프라와 트레이닝 시스템이 부족하지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가 레이싱의 불모지이고, 초창기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팬들에게 한가지 섭섭한 것은 레이스 보러 와서 경기는 보지 않고 레이싱 모델들만 쳐다 보는 거예요. 레이서들은 죽도록 훈련을 해서 시합에 임하는데 관중들은 온통 레이싱 걸만 보고 있어요. 레이서인 나보고 레이싱 걸 사진 찍으니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비키라고 하는 분도 있어요.” ‘염불 보다 잿밥’이라더니. 하지만 어쩌랴. 즐기러 온 관중들에게 까지 ‘한 눈 팔거나 군침을 삼키지 말라’고 충고할 수는 없을 터. ‘젊은 처녀가 참으라’고 할 밖에…. -레이서의 입장에서 보는 우리나라의 교통환경은 어떤가요. 이를테면 도로 사정이나 국산차의 성능 등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 “제가 사실은 길치거든요. 도로를 운전해서 많이 돌아다녀 보진 못했어요. 그래도 굳이 대답을 해야 한다면 운전자들의 양보심이 부족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미리 깜박이를 켜면 오히려 속도를 더 내서 못 끼어들게 하잖아요. 그런 습관은 고쳤으면 좋겠어요.반면 국산 차의 성능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한 번은 외제차 업체에서 시승 의뢰가 들어 왔어요. 서해대교를 지날 때 업체 측에서 성능 점검을 위해 속력을 내달라고 하길래 거의 200㎞로 달렸는데 SM5 신형이 제 차를 추월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따라 잡아보려고 했는데 결국은 실패했어요. 그 다음부터 이제는 국산차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평소에 교통질서는 잘 지킵니까. “아까 길치라고 그랬잖아요. 일반 도로에서는 거의 운전을 안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그래서 네비게이션을 하나 샀는데 사용해 보기도 전에 고장이 났어요.” -지금 타는 승용차는 뭡니까. 또 그 차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SM3 타고 다녀요. 타고 싶어서 타는 게 아니라 엄마 차인데 빌려 타고 다니는 거예요.” -혹시 타고 싶은 차는 있습니까. “뉴비틀 타고 싶어요. 아우디TT도 타보고 싶고, 람보르기니도 타보고 싶어요.” -레이서 생활을 하면서 재미있었던 일이나 황당했던 했던 일이 있습니까. “며칠 전에 차를 정비하고 나서 코스로 들어갔는데 실내가 평소 보다 환하더라고요. 가만히 보니까 차문이 열린거예요. 그래서 차문을 손으로 잡고 주행했어요. 또 한 동안 무면허로 레이서 생활을 하기도 했구요. 모르는 분들은 ‘그게 말이 되냐?’고 하는데 레이싱 코스에서 하는 주행은 도로교통법에 저촉되지 않아서 2004년 3월에 첫 번째 레이싱에 출전하고 한달 후인 4월에야 면허를 땄어요.” -경주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합니까. “그야 물론 기록확인이지요. 2.25㎞ 코스에서 연습을 하는데 가속페달을 바짝 밟으면 0.5~1초 정도 단축이 되기도 하고, 대충하면 3~4초 늦어지기도 해요. 1,800㏄급을 탈 때는 시속 180㎞까지 나와요. 더 나올 수도 있지만 커브길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그 이상은 힘들어요. 6,000㏄는 현재 적응 중이어서 어느 정도까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레이서가 된다고 했을 때 집에서 반대는 없었습니까. “아빠도 레이서예요. 아빠는 사고가 여러 번 났었는데 다친 적이 없었어요. 그런 덕분인지 오히려 엄마가 한 번 해보라고 추천했어요. 오히려 아빠는 겉 멋이 들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 조심스러워 하셨죠. 하지만 내 의지를 확인하고 아빠도 승락해 주셨어요.” ◇약력◇ ▦ 85년 11월 16일생 (만 23세) ▦ 최종학력 : 07년 2월 대림대 자동차과 졸업 ▦ 2004년 BAT Championship F-1800 종합3위 ▦ 2005년 BAT Championship F-1800 시리즈 우승 ▦ 2007년 F1800 2위(3전) • '모델' 그 화려함의 뒤안… • 모델 학원·학과 등 지망생만 수만명 • 모델의 종류 • "모델 대접받는 풍토 조성 돼야" • 모델들의 몸관리 • 잇몸질환 원인 플라그 잇몸약으로 제거 못해요 • 亞 최초 'Slow City' 증도를 아세요? • "어학등 기본 소양 갖춰야" • 국내 최초 여성 프로 카레이서 강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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