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심상찮은 글로벌 경제 동반부진 늪에 빠지나

중국·유로 이어 미국 마저 이상징후

中 제조업 위축·EU 디플레 가속 … 美마저 성장률 부진 '암초'


중국 1월 PMI 2년래 최저… 경기 하강국면 지속 전망

유로존 물가상승률 -0.6%… 양적완화 큰 효과 없어


미국, 강달러 후폭풍으로 고용·소비 회복세 발목


연초부터 세계 주요 경제권의 경기지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올해 글로벌 경제가 동반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중국 제조업 경기는 2년여 만에 위축 국면에 들어갔고 유가하락의 후폭풍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디플레이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도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정책이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오는 4월에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나 홀로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마저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에도 아직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해외 경기 둔화와 강달러의 역풍이 본격 상륙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8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9월 이후 2년여 만에 기준선인 50을 밑돌면서 경기위축 국면에 들어간 것이다. 당초 중국 PMI가 50.2를 기록하며 전달의 50.1보다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중국 경제의 48.2%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 PMI도 1월 53.7을 기록하며 전달의 54.1보다 낮아졌다.


이처럼 경기가 둔화되면서 중국의 지난해 재정수입 역시 전년보다 8.6% 증가하는 데 그쳤다. 1991년 이후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자 처음으로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화창춘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의 1·4분기 성장률과 제조업 경기가 하강 곡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 실시에 대한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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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과 일본의 경우 유가하락 여파로 디플레이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 예비치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인 -0.5%보다 더 악화됐다. 유로존 물가는 전달에도 -0.2%를 나타나며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지난 23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조치에도 인플레이션 상승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며 "올해안으로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할 확률은 40%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도 전년 동월대비 2.5% 오르는데 그치며 1년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한 데 따른 영향을 제외하면 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BOJ가 목표치인 2% 물가 달성을 위해 10월말까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엔저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계 지출이 줄어드는 등 양적완화 후유증도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BNP파리바는 "유가 하락 여파로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오는 4월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유가 하락이 경기 부양에 효과가 있는데다 엔저의 부정적인 영향이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BOJ가 추가 행보를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나 홀로 잘 나가던 미 경제도 영향권에 들고 있다. 미 상무부는 30일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비치가 전년 대비 2.6%(연율 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ㆍ4분기 성장률 5.0%의 절반에 불과하고 시장 예상치인 3.0%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물론 미 경제 회복세는 여전히 탄탄하다는 게 중론이다. 일단 미 GDP 비중이 70%에 달하는 소비가 개선되는 게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해 4ㆍ4분기 개인 소비 지출은 4.3% 늘면서 지난해 3ㆍ4분기 증가율 3.2%를 앞질렀다. 이는 2006년 1ㆍ4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미 경제 성장률이 약 3%에 이르고 실업률은 5%대로 떨어질 것"이라며 "미 경제의 긍정적인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외경기 부진과 강달러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된 미 기업들이 비용절감에 들어가면서 고용, 소비 등 미 경제 회복세에도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ㆍ4분기 설비 지출은 1.9% 증가에 그치며 2009년 2ㆍ4분기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미 기업 활력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제조업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내구재 주문의 경우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3.4% 감소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부진했다. 이 때문에 올 1ㆍ4분기 GDP 성장률도 2% 초반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기업들이 수입 가격 상승과 수출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미 경제도 유로존 디플레이션 리스크 등 해외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물가 상승률이 부진한 것도 미 경제에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4ㆍ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0.5%에 그치며 2009년 1ㆍ4분기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임금 상승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미 소비 회복세도 고소득자에 의존할 뿐 중산층은 아직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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