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1월 7일] 혈세낭비 호화청사 제동장치 절실

성남시청 신청사가 개청식(18일)도 갖기 전에 '성남궁전'이라는 지탄을 받는 것은 지방자치의 혈세낭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지 7만4,452㎡에 연건평 7만2,746㎡의 지하 2층 지상 9층으로 지방자치단체 청사 중 가장 크고 호화롭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관 로비는 수입 대리석과 화강암으로 치장까지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사 건립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초호화판 낭비가 재연되지 않도록 제동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00년 이후 청사를 신축했거나 짓고 있는 지자체는 40곳에 이른다. 22개 지차제는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3,222억원의 지방채까지 발행했다. 지난해 234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3.9%였다. 특히 신청사를 짓거나 건립에 착수한 40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31.7%에 불과하다. 문제의 성남시청사 건축비는 3,222억원으로 지금까지 건설된 청사 가운데 가장 많다. 한때 '용인궁'이라는 비판을 받은 용인시청사보다 1,300억원, 건설 중인 서울시청사보다 940억여원이나 각각 많은 실정이다. 한 성남시의회 의원이 신청사 개인사무실 입주를 거부하고 한 시의원은 건립반대 시위까지 벌였는데도 건립을 강행했다. 신축되고 있는 서울시 청사와 맞먹는 호화판 신청사를 유지ㆍ관리하려면 또다시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호화청사만 문제는 아니다. 문화니 축제니 온갖 명분을 내걸어 낭비성 행사를 경쟁적으로 벌이는 것도 대표적인 혈세낭비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호화청사 경쟁, 축제 경쟁, 보도블록 공사 경쟁 등으로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것이 자치의 현주소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자치업무를 하는 데 호화청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100년 후를 보고 지었다지만 요즘 신축된 지자체 청사를 보면 건축비만 많이 들였을 뿐 하나같이 특징 없고 조잡스럽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사건립 경쟁이 이어지자 감사원은 시정을 요구했지만 행정안전부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푸념하고 있다. 주민을 위한 지자제가 주민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제도가 되지 않도록 청사신축 계획단계부터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재정자립도에 걸맞지 않은 청사 건립에 제동을 걸고 지시를 어긴 지자체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도 주민을 무시한 호화판 청사 건립 제동장치 마련에 앞장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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