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홍콩H지수 연계 ELS 투자자 발동동

中경기둔화로 하락 지속


대학교 교직원 오모(30)씨는 지난 2010년 말 결혼 자금에 보태기 위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2,000만원을 넣었다. 오씨가 가입한 상품은 만기가 3년이지만 6개월마다 조기 상환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오씨는 1년 안에 원금과 함께 연 11.8%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HSCEI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오씨의 기대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오씨가 산 ELS 상품은 가입 후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오는 11월 만기 상환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가 길어지면서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조기에 상환을 하지 못해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발행되는 ELS 상품들은 계단식으로 상환이 연기될 때마다 상환 조건을 낮춰주는데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장에서는 불리하다.


지난 2010년 말 HSCEI가 1만3,000 후반~1만4,000 초반의 고점에서 움직일 때 판매된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 중에서는 만기까지 투자금이 묶여 있는 경우도 꽤 있다. HSCEI는 지난 2010년 11월8일 1만4,204포인트로 3년래 고점을 찍었으나 최근 9,500포인트 수준까지 추락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현재 HSCE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 중 조기 상환 기회를 모두 놓쳐 만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품은 14개다. 또 투자 후 2년 동안 조기 상환을 하지 못해 투자금이 묶여 있는 상품을 포함하면 115개나 된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도 지난 2010년 11월에 발행된 'ELS 1953호(원금비보장형)'를 포함해 3개 상품이 조기 상환되지 못하고 만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를 포함해 조기 상환 기회를 놓친 상품이 34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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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증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투자증권ㆍ현대증권ㆍ대우증권ㆍ삼성증권ㆍ미래에셋증권 등 최근 ELS를 많이 발행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조기 상환 여부를 따로 표시하지 않아 집계를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최근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추이를 볼 때 조기 상환되지 않은 상품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군다나 현재로서는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들의 상환 연기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5%를 기록해 2분기 연속 하락하는 등 중국 경기 전망이 어두워 HSCEI도 당분간 상승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부 연구원은 "보통 ELS에 투자하시는 분들은 만기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조기 상환해서 재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과거 선례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 지수형 ELS가 낙인된 경우는 없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의 우려는 크지 않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LS 상환이 계속해서 연기되는 것은 증권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 한 증권사 지점의 영업사원은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판매수수료가 주수익이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상환해서 고객들에게 다른 상품을 권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의 상환 연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당분간 HSCE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ELS 상품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HSCEI의 부진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낮아 ELS 발행에는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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