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서울 시내의 열대야 발생 빈도가 자치구에 따라 최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야 현상은 여름철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건강과 관련성이 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연구소는 21일 지난해 8~9월 두달간 서울의 열대야 발생 빈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의 열대야 빈도를 자치구별로 비교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 기간 열대야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강남구와 강서구로 총 20회에 달했다. 이어 동대문·용산·성동이 19회, 양천·중랑구가 18회, 한강인근과 영등포가 17회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의 경우 3일에 한번꼴로 열대야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반면 열대야 빈도가 가장 적은 곳은 북한산과 인접한 강북구로 8회에 불과했다. 도봉·구로·관악 구도 9회로 적은 편에 속했다. 강남·용산 등에 상대적으로 열대야 현상이 자주 발생한 이유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빌딩과 아파트가 밀집해 열 사용량이 많고, 녹지대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립기상연구소 최영진 응용기상연구과장은 “열대야 현상은 한낮에 지표면에 저장된 열기가 식지 않아 발생한다”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한번 품은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도심일수록 열대야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빌딩이 밀집한 지역의 경우 녹지에 비해 공기순환이 잘 되지 않는 점도 열대야의 주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열대야는 여름철 사망률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하루 최고기온이 30도 이하까지는 사망률에 큰 변화가 없지만, 31.4도가 넘으면서 사망률이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 과장은 “생활환경이 열악한 노인일수록 열대야로 인해 건강을 해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며 “열대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심의 녹지대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열대야 현상은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때를 말한다. 낮 동안 덥혀진 지면의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 밤에도 고온이 유지되는 경우 발생한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