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본의 신주거단지/세다가야 환경공생주택/신주거문화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산다/주변환경 어울린 저층아파트 단지에 옥상은 천연단열재 잔디깔고 빗물 저유조설치 텃밭 등 가꿔 동사이엔 구름다리 이웃접하게일본인들은 오랫동안 토끼장같은 집에 산다고 알려졌다. 20∼30년 전 일본의 상황은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도심으로 몰려들고 도시에 살 공간은 부족했다. 집값은 폭등하고 대도시에 있는 조그만 아파트를 갖고 있어도 부자였다. 그러나 주택보급률이 1백%를 넘어선 지금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새로운 주거공간을 만드는데 앞서가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일본 신주거문화의 핵심은 「환경공생주택」이다. 올초 완성된 일본 세다가야(세전곡)구 후카자와(심택) 환경공생주택을 통해 우리나라 신주거문화의 방향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동경 시부야역에서 신다마가와(신옥천)선을 타고 30분 남짓 달려 코마자와대역에 닿았다. 다시 택시를 타고 세다가야구 외곽의 주택가에 들어서자 2차선 도로를 끼고 평범한 소규모 저층아파트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단지 앞에서 「후카자와 환경공생주택」이란 안내판을 발견했지만 이 곳이 일본에서 가장 최근에 완성된 환경공생주택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환경공생주택은 지구환경보전, 주변환경과의 친화성, 주거환경의 건강 및 쾌적성 등 세가지 주제를 합친 주택이다. 자연에 충격을 가능한 주지 않고 이웃과 쉽게 접촉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자연 그대로를 살리고 이용하려는 일본 건설성의 노력이 결집된 미래주택의 모델이다. 환경공생주택으로 다시 태어나기 전 후카자와단지는 낡은 목조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92년 환경공생주택의 모델 건립을 모색하던 건설성은 세타가야구를 지정하게 됐고 이를 통해 올 4월 70여명이 사는 신주거공간이 만들어졌다. 정문 앞에서 만난 세다가야구 주택계획과장 이이가즈코(정이화자)씨가 몇번씩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이이씨의 안내로 들어선 단지내의 모습은 평범한 외관과는 달리 구석구석이 말 그대로 환경공생주택이다. 2천2백평의 대지에 들어선 3∼4층짜리 5개동은 광장을 중심으로 둥글게 배치돼 있다. 한동 한동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동간격을 떼어 통풍과 환기를 좋게하기 위해서다. 한개동 규모를 2개동으로 나눠 바람의 흐름을 원활히했고 가정마다 바람이 빠져나갈 별도의 환기구가 있다. 바람과 태양열은 이 곳의 주요한 에너지다. 단지 중앙의 풍력발전기는 연못을 순환시킨다. 태양열은 온수공급, 거실 바닥난방 뿐 아니라 가로등에까지 사용된다. 옥상마다 설치된 편평형 태양집열판은 한 겨울에도 섭씨 22도의 온수를 순환시켜 거실 바닥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4월 이후에는 가정마다 80℃에 이르는 온수를 공급한다. 단지 곳곳에 있는 태양건전식 조명은 저녁부터 가로등이 된다. 빗물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단지내 녹지와 투수성도로를 통과한 빗물은 지하 저류조에 모여 단지내 텃밭과 나무에 뿌려진다. 각 가정마다 빗물저유탱크가 있다. 이 곳에 모인 물은 화분에 물을 줄 때나 허드렛물로 요긴하게 사용된다. 이 단지는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지 않으면 건물의 3층에 와 있는 지 4층에 와 있는지 구분이 잘 안된다. 층마다 정원이 있고 잔디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건물 옥상의 잔디는 보기에도 좋지만 단열에 최고다. 녹지가 태양열은 막아 꼭대기층을 시원하게 유지시킨다. 자연을 그대로 살리려는 노력은 단지 곳곳에 서 있는 거목과 우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단지가 조성되기 전부터 있던 나무를 최대한 보존했다. 이이씨는 『정문 옆의 거목은 설계상 베어낼 수 밖에 없어 공사기간동안 다른 곳에 옮겨 심었다가 공사가 끝난 후 다시 심었다』고 말했다. 건물 내부의 벽지는 모두 독일제 생분해성 재료로 만들어졌다. 이 주택도 언제가 다시 허물어야 할 것이고 그 때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다. 단지 조성을 위해 기존 목조주택을 허물 땐 목조주택에서 나온 목재와 폐자재를 한 곳에 모아 필요로하는 지역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를 통해 건물 폐자재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자연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는 이들의 배려에 놀라움보다 부러움이 앞선다. 이웃과의 친하게 지내기 위한 배려는 환경공생주택의 주제 가운데 하나다. 동과 동은 구름다리로 연결돼 이웃이 쉽게 접촉할 수 있다. 층마다 있는 정원은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이 함께 가꾼다. 공동 휴게실과 식당 및 취미활동을 위한 방, 관리실 등은 호텔에 못지 않다. 함께 이용하는 공간을 위한 배려가 일본의 문화적 전통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살려는 노력」은 우리 현실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70가구가 사는 단지지만 동서남북으로 출입구가 있다. 단지 바깥 주민들이 언제나 단지내 공원과 녹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령화사회를 맞고 있는 일본으로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노인들을 위한 주택내부의 시설이 중요한 만큼 어울릴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다가야 환경공생주택은 모두 공영임대주택이다. 임대주택에서 환경공생주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지관리가 중요하다. 이이씨는 『주민들은 돈이 아니라 수고를 들여야한다』고 강조했다.<동경=이은우 특파원> ◎세다가야구 주택계획과장 이이가즈코씨 인터뷰/풍력·태양력·빗물 등 자연혜택 가능한 이용/입주장애인·노인위해 휠체어주차장 등 갖춰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은 바람과 태양과 비를 통해 우리가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줍니다.』 후카자와 환경공생주택을 계획 단계에서부터 관리해온 동경도 세다가야구 주택계획과장 이이가즈코(정이화자·여)씨는 새로운 주거공간을 위해 자연환경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풍력발전과 태양열 이용, 빗물이용, 녹지보존 등 환경관련시설 비용은 모두 8천만엔(한화 약 6억4천만원)이다. 이는 총공사비 20억엔의 4%. 적은 금액은 아니다. 이이씨는 『환경관련설비에 돈을 많이 들였지만 세다가야구에서 운영하는 다른 주택보다 오히려 평당 건축비가 싸다』고 말했다. 땅이 넓은 편이어서 지하주차장을 만들지 않았고 특히 벽면 마감 등에 신공법을 적용해 공사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가로등과 난방, 온수공급등에 태양열을 충분히 이용했기 때문에 유지비가 덜 드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주택보다 훨씬 싸다는게 이이씨의 설명이다. 이웃과의 친화는 이이씨가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후카자와 단지에는 담이 없습니다. 이웃 주민들과 친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요. 일본은 이미 고령화 사회가 된 만큼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주택이 공급돼야합니다.』 이이씨는 『노인들의 위한 배려는 일본의 주택건립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후카자와단지는 휠체어전용 주차장을 갖추고 있고 입주할 노인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실내 모델을 제시해 시공했다. 환경공생주택은 자연을 이용하는 첨단 시설보다 이 곳에 사는 주민들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게 이이씨의 지론. 갖추진 자연친화시설과 녹지를 아끼고 가꿔야한다는 얘기다. 현재 일본의 환경공생주택 건립을 위한 노력은 모두 정부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이씨는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맞아떨어져야한다』고 강조한다. 『공영주택은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므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이씨는 『공영주택의 유지관리를 지원할 비영리 민간단체를 세워 조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동경=이은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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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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