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었다. 집들을 모두 부수고 재개발을 한다고 한다. 영호, 영희 두 동생, 난장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영수)는 갈 곳이 없다. 우리는 착하게만 살아왔는데 항상 당하기만 한다. 그런데도 나는 숨죽인 채 지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사고로 죽은 사장의 일은 내가 책임질 것이다. #2. “에이, 어디 한방 거리 없나?” 영호는 행복동에서의 삶이 지긋지긋하다. 행복동 철거 작업에 참여해 입주권을 받고 돈도 버는 게 나, 영호의 목표다. 하지만 철거를 담당한 사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게다가 영희까지 욕보인 사장. 나는 형과 함께 그를 두들겨 패준 후에 그를 차 앞에 묶어 두고 석유를 뿌렸다. #3. “여기 우리 집이에요. 내가 반드시 찾을 거에요” 집값을 치르고 가는 사장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했지만 방도가 없다. 그를 찾아가 모든지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희야 그러면 안 돼”라는 어머니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가 몸을 씻는 사이 매매 계약서를 훔쳤다. 다시 우리집을 찾은 것이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돌아왔다. 조세희의 소설 ‘난쏘공’이 3월3일 KBS 1TV ‘HDTV TV문학관’(토 오후10시50분)에서 드라마로 선보이는 것이다. 드라마는 행복동 안의 인간 군상들에 대해 주목한다. 소설에서 형과 함께 인쇄 공장에서 일했던 영호(서한)는 한탕을 바라는 반항아로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명희 엄마와 난장이 부인(고두심)은 명희의 임신을 두고 한판 크게 싸우기도 한다. 또 소설에는 없던 거간꾼 조 씨와 영호 친구도 등장한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갖가지 형태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동네 사람들의 어려움에도 이를 계기로 돈을 벌어보려는 조 씨, 소설과는 달리 나약하기만 한 큰 아들 영수(박진형), 세상에 순응하는 난장이(강성해), 자신의 처지에 몸부림치는 영호 등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축소판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행복동 사람들에 집중한 결과 불합리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점이 명쾌히 드러나지 않는다. 난장이 가족 간, 행복동 사람들끼리의 갈등 구조가 먼저 눈에 띄기 때문이다. 여기에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영호의 캐릭터는 드라마 전체를 지배할 만큼 강했다. 특히 계급 문제와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사장이 사고로 죽음으로써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희석되는 듯한 아쉬움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난쏘공’은 제작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국민 소득 2만 달러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 사회지만 양극화 현상으로 인한 빈부 격차 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노동 환경, 임금 체불, 철거민 문제 등은 소설이 나온 지 30여 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남아있는 문제다. 드라마 ‘난쏘공’이 우리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던질 수 있을지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