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1월 스크린엔 찰흙냄새 ‘물씬’

‘유령신부’ ‘월래스…’ 내달3일 개봉<br>클레이 애니메이션 진수 선보여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

팀 버튼의 ‘유령신부’

스톱모션(Stop motion) 애니메이션. 일본 재패니메이션이나 미국의 디즈니,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관객에겐 그 이름조차 생소하다. 그러나 누구라도 단 몇 초만 보면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법한 매력적인 장르다. 그림을 그려 이어붙이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스톱모션은 고무찰흙이나 고무 등으로 실제로 만든 인형을 고정시켜 한 컷을 찍고 다시 인형을 0.5mm씩 ‘눈꼽만큼’ 움직여 한 컷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촬영된다. 이렇게 찍은 필름은 이으면 마치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관객들의 눈에는 보인다. 영화 속 장면 1초를 얻어내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리는, 그야말로 철저한 ‘가내 수공업’적 방식이다. 극장가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이 장르의 작품 두 편이 함께 관객을 찾는다. 바로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와 ‘유령신부’다. 이미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통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선보였던 팀 버튼 감독은 ‘유령신부’를 들고 나왔다. ‘팀 버튼 영화는 국내흥행이 어렵다’는 징크스는 지난 추석시즌에 개봉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그만의 세계가 녹아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러시아에서 전해 내려오는 유대인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심한 청년 빅터는 부모님의 강요에 못 이겨 귀족집안과 결혼을 한다. 결혼식 리허설 날 처음 본 신부는 마음에 들지만, 빅터는 실수를 연발하며 리허설을 망친다. 깊은 밤 혼자 숲 속에서 반지를 끼우는 연습을 하는 빅터. 반지를 낀 나뭇가지가 갑자기 사람의 손가락뼈로 변한다. 그 나무는 바로 잠자던 유령신부. 빅터는 졸지의 그녀의 남편이 돼 지하세계 속으로 끌려간다. “우리가 사는 세상 밖에는 또 다른 멋진 세계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사실 팀 버튼의 광기어린 집착. 이번 작품 역시 상상 속 지하세계를 눈 앞에 마음껏 펼쳐놓는다. 러시아 민담을 소재로 삼은 탓에 내용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책 같다. 하지만 그 동화책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짓는 인물들의 모습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같은 날 개봉하는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는 지난 97년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전작의 속편. 멋진 발명가 월래스와 그의 충실한 조수견 ‘그로밋’이 농장마을을 위협하는 거대토끼에 맞서 두뇌플레이를 펼친다. 찰흙인형으로 하나하나 만든 등장인물들과 마을의 풍경은 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묘사력을 자랑한다. ‘치킨 런’ 등으로 세계 최고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임을 자랑했던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 지난 10일 이 곳에 실제로 화재가 나 이 영화를 찍었던 시설 대부분이 불에 탔다. 앞으로 5년 이상은 이 곳에서 만든 멋진 애니메이션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 클래이애니 팬들에겐 슬픈 소식. 달이 뜨면 거대토끼로 변신하는 모습이나 이를 제거하려는 약삭빠른 사냥꾼의 모습 등은 흡사 영화 ‘킹콩’의 패러디를 보는 듯 하다. ‘유령신부’보다는 인간세계에 대한 풍자는 날이 덜 섰지만, 그렇기에 부담 없이 흥미진진한 내용전개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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