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신한금융지주 사태를 바라보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들은 신한사태에 대해 겉으로 드러내 놓고는 의견표출을 하지 않고 있지만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경영권 다툼에 혈안이 돼 있는 경영진들의 행태에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거대 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반면 교사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이날 신한금융지주의 이사회 개최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노코멘트’로 일관하면서도 속으론 경영권 다툼으로 인해 주주권이 훼손된 데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신한지주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주권 못지 않게 경영권 또한 중요시하기 때문에 경영간섭으로 비쳐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주주권에 대한 대원칙이 세워지면 원칙에 입각해 권리를 행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주주의결권 행사기준 마련을 위해 외부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현재 신한지주 주식을 수만주 들고 있는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신한지주가 펀드상품을 팔아주는 ‘갑’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을’인 우리가 뭐라 말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신한지주 주식을 펀드에 편입했던 우리로서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증권사들도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를 주주들의 입지를 높이는 모습으로 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불완전한 경영구조가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는 모습을 보인 전형적인 사례”라며 “을의 위치에 놓인 증권사나 운용사가 안된다면 연기금이라도 나서서 잘못된 모습을 바로 잡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서모(37세)씨는 “증시가 1,800선을 돌파하고 있는데 신한은 경영 다툼 속에 3류 기업으로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수많은 투자자를 무시한 경영진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사회를 계기로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란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황모(30대 후반)씨는 “지금으로선 사태가 빨리 마무리 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아니겠는가”라며 “이번 이사회의 결정이 아무쪼록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에 대한 실망감은 최근의 주가 흐름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신한지주의 주가는 신한은행이 신상훈 사장을 고발하지 직전인 지난 1일까지 4만6,200원을 기록했지만 14일에는 4만4,450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 가까이 상승하고, 우리금융, KB금융, 외환은행 등 다른 대형은행들도 모두 오름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6월까지만 4위를 기록했던 신한지주의 시가총액 순위는 이제 8위까지 곤두박질쳤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오늘 신한지주 주가 상승은 이사회와는 무관하다”면서 “이사회 결정으로 오히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