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약가점제’ 딜레마에 빠졌다. ‘1ㆍ11 부동산대책’으로 오는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 청약 과열이 예상돼 청약가점제도 함께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이익을 받는 청약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건설교통부는 이 같은 반발을 고려, 전체 분양 물량 중 일정 부분을 현재의 추첨방식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의 반대가 우려돼 선뜻 발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밀어붙이자니 청약자들의 반발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보완하자니 정치권의 눈치가 보여 ‘진퇴양란’에 빠진 꼴이다. 16일 건교부에 따르면 청약가점제가 9월부터 시행되더라도 전체 분양 물량 중 일정 비율에 대해서는 현행 추첨방식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세부 내용은 용역 결과가 나오는 다음달에 확정될 예정이다. 건교부는 지난해 말에 나온 용역 결과대로 실수요자에게 유리하도록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큰 틀은 확정했으나 가점항목의 배점과 택지 유형별(민간 또는 공공), 평형별(중소형 또는 중대형) 도입 계획 등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점제를 도입할 경우 전체 분양 물량을 가점제 대상으로 할지, 아니면 일부로 한정할지에 대해서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건교부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전체 물량에 대해서는 가점제를 시행하지 않다가 점차적으로 늘려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처음에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의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가려 제도가 애초 계획보다 빨리 도입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또 민간아파트뿐 아니라 공공아파트의 중대형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은 추첨제 물량을 할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정부가 제도 도입 초기에는 추첨제로 할당되는 비율을 30~40%가량 잡았다가 점차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내려간 아파트에 청약과열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결론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는 아파트에 가점제를 적용하지 않아 청약이 과열되면 책임은 고스란히 건교부로 돌아올 것이 분명한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25.7평을 초과하는 물량은 기존의 추첨제로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산하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가점이 높은 청약통장 가입자는 중대형 주택을 구입할 재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많다”며 “또 중대형을 원하는 대부분은 유주택자들도 집을 넓혀 가려는 수요자인데 이를 막을 경우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