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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미부선로' 고령화 부담 눈덩이… 중국 정년연장 나섰다

양로보험, 은퇴자 급증에 누적적자 18억위안 넘어 30년내 기금 고갈 전망<br>3중전회 정년연장 결정… 국민 74.5% "반대" 계층간 갈등까지 표출<br>정년늘리기 논란 재점화



중국에서 정년연장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는 공무원과 국영기업 등의 인사를 담당하는 국무원 인력 및 사회보장부(인사부)가 직접 정년연장을 추진하고 나섰다. 남자 만 60세, 여성간부 만 55세, 여자 만 50세인 중국의 퇴직연령은 중국 국무원이 1978년에 제정한 '퇴직, 퇴임에 관한 실행방법'에 따라 43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세기 가까이 유지되던 퇴직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험 적자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년연장으로 사회보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기도 전에 먼저 늙는다(未富先老·미부선로)'는 말처럼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대책의 일환이다. 올해까지 중국의 사회보험 중 양로보험 누적적자는 재정지원 등을 제외하면 18억 3,000만 위안에 달한다.

◇국무원 65세로 정년연장 추진=중국정부는 지난달 막을 내린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전체회의(18기 3중전회)에서 정년연장 결정을 내렸다. 급증하는 양로보험의 적자를 메우고 노동력 감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반대에 무릅쓰고라도 정년연장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샤오이 인사부 부부장은 "직업별로 단계적으로 정년연장을 하겠다"며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연금보험을 강화하는 한편 노년층의 취업 기회를 마련해 부작용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후 부장은 정년연장을 통해 지난해 청년 1인당 3.09명에 달하는 부양부담이 2020년에는 1인당 2.0명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무원은 일단 각 연령별로 5년 더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자의 경우 65세, 여자는 55세로 정년을 연장해 선진국 수준인 평균 58세까지 정년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국무원은 아울러 그동안 공무원 등과의 차별로 문제가 됐던 양로보험 제도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직업별로 구분됐던 양로보험을 통일하고 근로자가 퇴직 후 실효성 있는 보험이 될 수 있도록 수익률 증가를 위한 조치도 취할 방침이다.

◇정년연장 계층간 갈등 요인=이 같은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정년연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난 6월 인민일보의 인터넷망인 인민망의 조사에 따르면 정년연장에 대해 74.5%가 반대했다. 일주일 동안 이뤄진 설문조사에는 무려 250 만명이 참여해 정년연장에 대한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중국인들의 입장은 한국과는 차이가 난다. 여전히 노동력 과잉상황에서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에선 한국과 유사하지만, 중국인들은 이보다는 과다한 노동에 대한 휴식이 필요한데 국가가 퇴직 후 생활 불안정 해소를 위해 또 노동시간을 늘린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계층 간에도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블루칼라 계층에서는 평균 남자 50세, 여자 40세가 되면 몸이 따라 주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주가 각종 이유를 들어 작업현장에서 퇴출시킬 경우 안정적인 수입이 없어지고, 오히려 퇴직연령 때까지 사회보험을 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반대가 많다. 반면 화이트칼라 계층은 상대적으로 퇴직연령 연장을 지지한다.


◇양로보험의 정상화가 관건=중국 인사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 지역에서 양로보험에 가입한 근로자 수는 7% 늘어난 2억1,400 만명을 기록했다. 가입자 증가율은 2011년 12%보다 낮아졌다. 반면 은퇴자 수는 6,900 만명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지난 10년간(2003~2012년) 양로보험 직장인 가입자 연평균 증가율은 8.4%로 은퇴자 증가율 7.7%를 웃돌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증가율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직장인 가입자와 은퇴자의 연평균 증가율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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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양로보험이 걷어 들인 보험액은 1조8,363억 위안으로 18% 증가했다. 그러나 은퇴자 증가 속도가 급증하면서 양로보험의 총지출액은 1조4,009억 위안으로 2011년보다 23%나 늘었다. 지출액의 증가속도가 수입액을 훨씬 앞서는 상황이다.

중국의 양로보험의 문제는 고령화 때문만은 아니다. 도시주민과 농촌주민, 노동자와 비노동자로 구분된 불합리한 2중 구조, 부풀려진 기금규모, 무분별한 자산운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도 "양로보험제도 운영 과정에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베이징대학 보험사회보장연구센터는 이대로라면 30년 내 양로보험을 포함한 사회기금이 완전히 고갈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양로보험 개혁을 위해서는 우선 흩어져 있는 기본연금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노동자, 공무원, 사회단체별로 각각 서로 다른 퇴직보험에다 도시주민연금보험과 신형농촌연금보험으로 나뉜 보험을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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