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1세기 경협동반자’ 뿌리 내린다/한중수교 5주년

◎수교후 어떻게 달라졌나/양국정상 6차례 회동 교역확대 등 합의/대중 수출 연 62%·한국수입 연 19% 신장/현투자 40억불… 점차 대형·장기화 추세/아직도 불신그늘… EEZ 등 타결 숙제로24일로 수교 5주년을 맞은 한·중 양국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정치·외교, 경제·통상 등 각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협력관계 진전을 이룩했다. 지난 5년간 여섯차례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과학기술협력협정, 문화협력협정 등 총 17건의 정부간 협정을 체결했다. 또 통상관련 업무협력협정 등 12건의 관계기관간 업무협정이 체결됐고, 11개 관계기관간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13개에 이르는 자원·에너지분야 공동연구개발 및 조사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양국간의 긴밀한 경제협력은 「황해경제권」을 형성, 동북아 경제와 아태경제권 나아가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그만큼 두 나라간의 관계증진은 21세기 세계경제 주도권의 향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역사적 차원에서나 국제정세의 흐름에 비추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경을 인접한 이웃나라라는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그동안 수많은 교류가 이루어졌지만 동서냉전이던 지난 40년간은 사실상 단절상태를 지속했었다. 한중수교는 이같은 40년간의 단절을 풀고 양국간 교류의 맥을 다시 연결시키는 계기였다. 한중수교후 5년간 양국관계는 그야말로 상전벽해와 같은 획기적 변화가 일어났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두차례 중국 방문, 강택민중국국가주석의 방한과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담 등을 통해 모두 여섯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진 것에서 알 수 있듯 관계증진도 괄목할 수준을 보였다. 또 최고위 인사들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문제는 물론 APEC 등 국제 정치외교분야에서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양국은 특히 체제붕괴 위기를 겪고 있는 북한문제와 관련, 고비때마다 긴밀한 접촉과 외교적 협의를 가지면서 협력관계를 모색해 왔다. 황장엽씨 망명사건이 제3국을 경유했지만 본인의 의사대로 서울 무사안착으로 종결된 것은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반도 4자회담에 대해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던 중국이 예비회담에 대표단을 파견하는등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경제·통상분야에서의 양국관계는 이제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교역파트너로 발전했다. 중국은 우리의 세번째 교역국(96년 기준)이자 두번째 투자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말 양국간 교역액은 수교직전인 91년 44억4천만달러에 비해 4.5배 늘어난 1백99억달러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특히 지난 5년간 우리의 대중수출은 연평균 62.5%의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10억달러에서 1백14억달러(11.4배)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22.5%, 유럽연합(EU)의 16.5%, 일본의 5.0%에 비해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에따라 중국 수입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비중도 91년 1.7%(11위)에서 9.0%(4위)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1.4%(16위)에서 8.8%(3위)로 확대됐다. 미국(16.7%), 일본(12.2%)에 이어 우리나라의 세번째 수출대상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중국의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1%(5위)에서 5.0%(4위)로 늘어났다. 지난 5년간 대중수입은 34억4천만달러에서 85억4천만달러(2.5배)로 연평균 19.9%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1%(4위)에서 5.7%(3위)로 커졌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91년 24억4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였던 우리나라의 대중무역수지는 93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해 96년 28억4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대중투자(실제 투자기준)도 91년까지 99건, 6천5백만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말에는 2천8백76건, 26억6천2백만달러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가운데 중국이 건수로는 1위, 투자액으로는 미국(40억5천만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96년 한햇동안은 건수와 금액면에서 모두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한중교역이 단기적으로 중국정부의 긴축정책으로 다소 둔화되겠지만 2000년까지 23%대의 꾸준한 수출증가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면에서는 우리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맞물려 한계기업의 소규모 투자보다는 장기적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짧은 세월속에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온 한중관계이지만 아직도 헤쳐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중국은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고 특히 대한반도정책에 있어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기본전략으로 삼으면서 영향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7월 안승운목사 납치사건이 미해결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의 주범을 북한으로 강제추방한 조치가 이를 말해준다.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아직 불신의 그늘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중 중형항공기 공동개발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갑자기 프랑스를 합작선으로 택하는 바람에 중도 결렬된 것이 단적인 예다. 중국과의 어업협정, 배타적경제수역(EEZ)경계 획정협상도 수월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따라 앞으로 한중관계는 그동안의 양적인 관계증진에 만족할게 아니라 질적인 발전에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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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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