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그리스 채무 재조정說 결국 현실로?

獨 재무장관 "현 채무상황 지속 불능땐 추가 조치해야" 첫 거론<br>칸 총재 일축 불구 시장선 이미 투자손실 반영 나서


그리스의 채무재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결국 채무재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연합(EU) 등은 이러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그리스 경제의 취약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채무재조정이 현실적 대안이라며 벌써부터 이에 준비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6월 공개되는 EU와 IMF, 유럽중앙은행(ECB)의 보고서에서 그리스의 현재 채무상황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추가적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적 조치'는 채무 재조정으로 풀이된다. EU 핵심국가인 독일의 경제수장이 언론을 통해 그리스의 채무재조정 방안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특히 "2013년에는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민간 투자자들도 손실을 부담하는 제도(베일인ㆍbail-in)가 발효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회견에서 "그리스는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재정개혁을 확신시키기 위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와 ECB에 의하면 그리스의 현재 채무규모는 3,400억유로 가량이다. 국가부도를 반영하는 그리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사상 최고치인 1,139bp(1bp=0.01%)까지 치솟았으며 5년물 국채의 수익률도 15.361%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포르투갈 5년물 국채의 수익률도 사상 최고치인 10.451%로 솟구쳤으며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도 상승세로 전환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대해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이날 "그리스 국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해낼 것으로 믿는다"며 진화발언에 나섰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도 이날 "최근 그리스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되는데 이를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난해(-4.2%)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3%)이 예상되는 그리스 경제가 3,400억유로 규모의 채무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그리스는 특히 지난 3월 EU 정상회의에서 3년 만기로 5.8%(금리)를 부담하는 당초 구제금융 조건을 7년 6개월 만기에 4.8%로 완화시키는 혜택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채무재조정설(說)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아일랜드도 구제금융 조건의 완화를 요청했지만 EU 최저수준인 법인세율 문제 등 때문에 거절당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채무재조정 방안으로 만기연장과 이자감면 등을 예상하며 이에 따른 투자손실도 이미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에볼루션증권의 게리 젠킨스 채권부문 대표는 "그리스가 EU의 국가부채 기준(국내총생산의 60%)까지 만족시키려면 62% 가량의 헤어컷(원금탕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채무재조정이 현실화하면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투자은행인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레나 코밀레바 글로벌부문 대표는 "그리스 채무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유럽 은행권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불러오고 재정상태가 가장 취약한 국가들로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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