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텔레콤과 텔레콤 이탈리아의 합병 추진은 범유럽 통신업체를 탄생시켜 세계 통신시장에 메가톤급 지각 변동을 몰고올 전망이다.그동안 AOL 등 미국 기업이 주도해오던 통신부문에서 양측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기업간 M&A(인수·합병)가 복잡하게 엇갈리고 적대적 인수마저 성행하는 등 적자생존식의 월가 자본주의를 빠르게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합병 추진배경= 이번 합병의 밑바탕에는 무엇보다 새로운 변신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양사의 절박한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도이치 텔레콤은 지난 해부터 사업 기반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업체 인수에 잔뜩 눈독을 들여왔다.
론 좀머 회장이 15일 독일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118억 달러의 증자계획을 발표한 것도 인수 재원을 확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포석이다.
이런 시점에서 최근 경쟁사의 적대적 인수 기도에 맞서 「백기사」를 백방으로 구하고 나선 이탈리아 텔레콤이 가장 적당한 합병 대상으로 부각됐다.
이탈리아 텔레콤은 지난 2월 자신보다 규모가 훨씬 적은 올리베티가 65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선전 포고한 이후 자구안 마련에 실패, 하루라도 빨리 외부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막바지 상황에 내몰렸다.
◇합병의 전망과 과제= 양사가 합병에 이르자면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결코 만만치 않다.
여러 나라가 이리저리 얽혀있다 보니 유럽 각국 정부의 승인을 얻는 게 급선무다. 통신업체가 전통적으로 각국을 대표하는 전략산업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이치 텔레콤의 지분 74%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 정부의 태도야말로 결정적인 변수다.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 기업인 올리베티 대신에 독일 업체에 백기사 자격을 부여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양사는 도이치의 최대 주주인 독일 정부에 대해 일정 기간내에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하되 과도적으로 의사 결정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유럽 집행위원회가 맡게될 반독점 여부에 대한 조사 과정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도이치 텔레콤은 이탈리아 정부의 요구대로 프랑스 텔레콤과의 제휴관계를 말끔하게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사 경영진들은 현재 합병 결정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이탈리아 텔레콤이 올리베티의 먹이감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양사는 합병 이후 단지 지주회사를 설립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존 네트워크를 유지한 채 사업부문을 실질적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