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부시의 에너지 촌극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 2일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목요일 밤 기자 회견장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안될 정책들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라고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주 황홀했다. 그 정책 중 한 가지는 사회보장과 관련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백악관에서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른 고유가 문제였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유가 문제로 일주일 내내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지난주 초반에는 산유국들에 석유 공급량을 늘리라고 민망할 정도로 애처롭게 설득하는가 하면 지난 수요일에는 미국 중소기업청(SBA) 회의에 참석해 장대한 에너지 전략에 대해 연설했다. 그래도 부시 대통령은 그를 비판하는 민주당원들보다는 솔직한 편이다. 그는 산유국들의 추가 증산 없이는 단기간에 유가를 하락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토로한다. 한술 더 떠서 그는 미국이 수입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청정 에너지 개발을 위한 기술 투자에 앞장서야 한다고 허심탄회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가장 확실하게 석유 사용량과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바로 자동차의 연비를 높이는 일이다. 그러나 그가 말했던 모든 대책은 사실상 가장 단순하고 실행 가능한 이런 고유가 대응책으로부터 우리의 관심을 돌려놓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의 지난 수요일 연설에서 예를 들자면 석유 사용량을 줄이는 대신 석유수입 감소와는 관련이 없는 핵에너지와 액화 천연가스의 이점에 대해 웅변했다. 핵에너지나 천연가스를 이용해 자동차를 달리게 할 수는 없다. 자동차를 달리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가솔린이 사용돼야 하고 그래서 석유를 대체하거나 적어도 그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런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었고 이제 공은 상원의원들, 특히 뉴멕시코주의 피트 도미니치 상원의원에게로 넘어갔다. 도미니치 의원은 핵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의 숭배자일 뿐 아니라 부시의 에너지 정책에 가장 열광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제 그가 석유 소비를 줄이는 본질적인 방안을 부시 대통령과는 달리 얼마나 정치적 추진력을 가지고 밀어붙일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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