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기업, 또 부실수사 희생양되나

검찰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관련자 ‘구속’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법원으로 넘어가면 공판검사가 담당을 하지만 여론은 무관심해지기 때문에 수사검사는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든 관련자를 구속시키는 게 지상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승진에도 도움이 되고 윗선의 문책도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정아씨와 변양균씨 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수사 실무진은 이들의 구속에 목을 메고 있다. 그러나 정상명 검찰총장도 인정했듯이 초기수사 부실로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고 증거도 은폐해 큰 성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 돼 버렸다. 더욱이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사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방향이 신씨에 대한 후원기업과 갑자기 나타난 괴자금 50억원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신씨가 일해온 성곡미술관 등에 대우건설ㆍ산업은행 등 10여개 기업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 가량의 후원금을 지급한 것과 관련, “기업들을 전수조사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기업들이 신씨 후원을 통해 신씨와 긴밀한 변씨(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기업의 해묵은 민원을 청탁했거나 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판단 때문이다. 박문순 성곡미술관장 자택에서 압수된 50억원대의 괴자금에 대해서도 겉으로는 “수사할 여력이 없다”고 하면서도 ‘수사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계속 흘리고 있다. 이는 후원기업이나 괴자금 수사라도 잘 해서 성과 없이 끝날 것 같은 신ㆍ변씨 수사에 대한 부실논란을 줄여보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오해사기에 충분하다. 이에 죽어나는 것은 기업들이다. 신씨를 후원한 기업들은 단순 후원만 했을 뿐인데 마치 은밀하게 청탁해 대가를 얻었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등 이미지 실추에 울상을 짓고 있다. 기업 관계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데가 있겠느냐. 이것 저것 짜맞추기식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거 아니냐. 검찰수사가 벽에 막히니까 손 쉬운 기업수사로 돌아선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수천만원 후원하고 기업민원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왜 10여개 기업만 후원을 했겠느냐”며 “순수 후원이라고 검찰에 밝혔지만 막연히 후원대가가 있었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지난 해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현대차 비자금이 갑자기 불거져 매각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론스타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조용히’ 넘어간 적이 있다. 기업들이 검찰의 부실수사를 감추기 위한 희생양으로 ‘별건’으로 수사되는 악순환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재계의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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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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