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엔론 '이유있는 파산'

■ 현대경제硏 이색 분석정경유착·부실회계의 내부문제 제때 해결못해 엔론사의 파산은 4단(端)의 도덕성을 외면하고 내부의 7정(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결과였다는 이색적인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는 17일 '내부로부터의 적:엔론사와 4단7정(四端七情)'을 통해 미국 엔론사의 파산은 단순히 정경유착이나 부실회계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의 잠재된 문제점들이 적시에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기업 역시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4단은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 즉 선천적이며 도덕적인 능력을 말한다. 측은지심(惻隱之心ㆍ불쌍히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ㆍ부끄러워하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ㆍ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ㆍ잘잘못을 가리는 마음) 등이다. 7정은 인간의 본성이 사물을 접하면서 나오는 자연적인 감정으로 4단과 달리 인간의 통제 여부에 따라 선이 되기도, 악이 되기도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들의 구성체인 기업은 4단으로 기업윤리를 지향하지만 7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끊임없이 그릇된 성장의 유혹을 받는다. 엔론사 역시 4단의 도덕성을 외면하고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7정을 과도하게 표출해 성장(善)보다 파산(惡)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 희(喜ㆍ쾌락)=엔론사의 경영진은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을 미리 나눠 갖고 유명인사들이 사는 휴스턴 교외에 저택을 짓고 사치스럽게 장식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는 직ㆍ간접적으로 회사부실에 영향을 미쳤다. ◆ 노(怒ㆍ분노)=CEO는 충언을 무시했다. 회사의 부실을 직언한 임원은 이의제기 뒤 사임했고 파트너로 관여하는 업체들이 분식회계와 주가조작을 지적했지만 CEO는 오히려 화를 내는 경향을 보였다. ◆ 애(哀ㆍ동정심)=승진 아니면 해고 시스템을 통해 성과가 저조한 종업원은 일고의 동정심도 없이 매정하게 대접했다. 모든 종업원의 실적을 5단계로 나눠 매년 가장 낮은 평점을 받은 15%를 해고하는 등 실력이 부족하면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 구(懼ㆍ두려움)=회사현황의 노출을 두려워해 종업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 부실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난 지난해 8월에도 종업원에게 e메일을 통해 엔론사가 투자가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 애(愛ㆍ사랑)=자사 감사기관인 앤더슨의 회계사를 집중적으로 영입하고 영입된 인재의 막대한 급여인상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우수한 인재에 대한 사랑을 표출했다. ◆ 오(惡ㆍ미움)=편향되고 부실한 보고만을 신뢰하고 듣기 싫은 정보는 받아들이지 않아 파산징후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고 대책 마련의 기회도 잃었다. ◆ 욕(慾ㆍ욕망)=무리한 외형 부풀리기에 치중했다. 지난 2000년에는 에너지거래 사업부문에서 중개금액까지 모두 매출액으로 잡는 등 실제 매출액 63억달러를 1,007억달러까지 부풀렸다.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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