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근로자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2,16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근로시간이 긴 국가에 속한다. OECD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1,770시간이다.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1년 근무일수가 다른 나라보다 50일 정도 더 많은 셈이다. 지난 2010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연간 근로시간을 오는 2020년까지 1,800시간대로 줄이겠다고 합의했지만 지금 상태로는 목표달성이 요원해 보인다. 노사정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에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중복할증수당 등 방법론에서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서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노사정 대표자협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고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현재 노사정위원회 논의에서도 노동계는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경영계는 대체인력 활용의 어려움 등 경쟁력 약화에 대한 부담을 감안해 단계적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 있다. 특히 중소업계에서는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가중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정부는 현행 주 68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까지 허용되는 근로시간을 주 60시간(52시간+8시간)으로 단계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까지 가산 지급해달라며 제기한 '휴일수당 중복할증'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눈앞으로 다가와 기존 관례를 뒤집는 제2의 통상임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남시 환경미화원 휴일근로수당 소송'에서 이미 1심과 2심 재판부는 기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달리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 미화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휴일근로를 할 경우 휴일근무수당 50%에 연장근로수당 50%를 추가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주중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수당의 경우 각각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하며 8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에 대해서만 연장근로수당까지 중복 지급했다. 즉 대법원이 같은 판결을 한다면 휴일근로수당이 현재 통상임금의 1.5배에서 2배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상임금 판결 못지않은 파장이 산업계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휴일근로수당 관련 재판은 이 사건을 포함해 6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데 앞으로 줄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으로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7조6,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추가부담이 매년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시가 대법원에 상고한 지 2년이 넘은 상황이어서 대법원이 입법화를 위한 시간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명확한 입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더불어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재량근로와 같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가 병행돼야 총 근로시간이 줄어도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법 개정을 위한 내부절차 등을 봤을 때 물리적으로 상반기는 힘들고 정기국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는 오히려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겠다는 움직임도 나와서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