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이라크의 때늦은 '사면' 시도

지난주 미국의 공습에 의해 ‘도살자’로 악명이 높은 이라크의 알 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폭사한 것은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라크 정국에 확실한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이라크 내에서 ‘피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온갖 근원적인 요소들이 말끔히 해소돼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최근 이슬람 시아파인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새 정부는 국가의 통합을 목표로 획기적인 화합 방안들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수천 명에 이르는 구속자를 석방하고 수니파가 점유하고 있는 폭동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을 내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조치들은 매우 필요한 것이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 이라크 분리주의 민족주의자들의 폭동에 대한 ‘사면전술’을 구사했어야 할 적절한 시기는 2년 전이었어야 했다. 당시 미국이 낙점한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는 일찍이 같은 내용의 ‘사면전술’을 추진했지만 미국인의 피를 본 폭동 세력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단호한 거부로 무산됐었다. 이 같은 미국의 태도는 이해할 수는 있지만 결코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워싱턴은 이미 이라크에서의 통탄할 만한 실수를 인정했다. 이 시점에서 이라크를 통일시키기 위해 극단주의자를 배제하고 큰 틀에서의 사면전술을 채택한 것은 이라크를 전쟁의 불길 속에서 구해낼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충분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말리키 총리는 최근 수니파의 전직 군 관리를 국방장관에 지명하고 시아파의 전직 군 관리는 내무장관에 선임했다. 하지만 시아파 민병대나 수니파 민병대나 공히 격렬한 ‘종족 청소’를 벌였고 여기에 시아파와 수니파 지도자가 이끄는 국방부와 내무부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 정부의 정규군 재건에 저항하는 어떠한 도전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는 여전히 민병대의 힘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안보를 구실로 한 어떤 탄압도 더 큰 위기만 초래할 뿐이다. 이라크의 ‘사면 전술’이 어떤 효과를 낳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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