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도로공사·지역난방공사 등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감사 자리가 정치인 등 비전문가 낙하산들로 속속 교체되고 있다. 한국전력이 최근 선임한 사외이사 3명 중에는 특정 회사의 한국사 교과서 홍보에 앞장선 전 국회의원, '정치검사' 꼬리표가 달린 인사도 있다.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돼온 일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전문 분야와 상관없는 인사가 낙하산 임명되는 관행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터여서 아쉬움이 크다. 당정청이 하나가 돼 공기업과 노조를 복리후생비 등 기득권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세우며 부채 줄이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마당이어서 논란도 거세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외이사·감사에게 경영진 견제·자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CEO에 이어 사외이사·감사마저 대선 등에 기여한 낙하산들로 채워넣는다면 공기업 개혁은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외부 입김에 쉽게 휘둘리는 것도 독립성·책임성·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의 유산이다. 이명박 정부가 해외자원 개발과 4대강·보금자리 사업 등을 밀어붙이자 2008년 290조원이던 295개 공공기관 부채는 4년 만에 493조원으로 70% 이상 급증했다.
그런데도 부채·방만경영의 책임자격인 당정청은 이를 외면한 채 공기업과 임직원만 들볶고 있다. 공기업 임직원들의 과도한 복리후생비 등은 당연히 쳐내야 하지만 곁가지일 뿐이다. 공기업 개혁은 당정청이 부당한 지시, 낙하산 인사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관련법령을 제·개정해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일본처럼 낙하산인사방지법을 제정해 중앙감시기관에서 문제의 소지가 큰 인사에 대한 조사·시정 권한을 행사하는 방안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규제강화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정치인의 공공기관 진입과 공공기관 노조의 선거·정치활동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