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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정부의 2년차 목표는 '합리적 성장'으로 결정됐다. 개혁 추진으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고심 끝에 결정했다"는 리커창 총리의 말처럼 중국 정부는 현 경제 상황에서 성장과 개혁의 두 말을 동시에 묶어 달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5일 12기 전국인민대표자회의 2차 전체회의는 지난 1일 쿤밍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시 주석과 리 총리 등 최고지도부의 얼굴은 쿤밍테러의 심각성을 보여주듯 굳어 있었다. 취임 후 첫 업무보고에 나선 리 총리는 "개혁이 가장 큰 발전을 가져온다"며 "장사단완(壯士斷脘ㆍ독사에 물린 손목을 잘라낸다)과 배수진의 각오로 경제개혁과 사회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리적 성장 7.5%=시진핑 정부는 개혁을 위해 성장을 희생한다고 했지만 성장을 포기하지는 못했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경제성장의 하향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성장률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는 무엇보다 고용 때문이다. 올해 도시 신규 고용도 전년보다 100만명 늘어난 1,000만명으로 제시했다. 중국 정부가 신규 고용 목표를 늘린 것은 2009년 900만명으로 설정한 후 처음이다. 또 농촌의 소득증대와 민생개선을 위해서도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혁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강화됐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개혁'이라는 단어를 무려 77차례나 언급하며 개혁 조치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올해 중국 정부의 9가지 중점과제 중 첫번째로 제시된 '개혁 돌파구 마련'은 금융개혁에 방점이 찍혔다. 금리자유화와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 위안화 자유태환 및 예금보호제도 도입을 공식화했고 민영은행도입, 신주발행 등록제, 농업ㆍ재난보험 도입, 채권시장발전 등의 과제도 제시됐다. 국유기업 개혁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석유뿐만 아니라 전력·철도·전신·자원 등에도 민간자본의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과잉생산 대책은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리 총리는 올해 철강과 시멘트 생산량을 각각 2,700만톤, 4,200만톤 줄인다고 밝혔다.
◇재정적자율 2%대에 고정, 내수확대 지속=중국의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1조3,500억위안. 지난해보다 12.5%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건전한 재정이란 보너스를 활용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정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적자비율은 국내총생산의 2.1%에 맞췄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재정적자를 1조500억위안까지 늘렸지만 이후 계속 축소해왔다가 지난해 재정적자를 대폭 확대했다. 여전히 불안한 글로벌 경기로 경제성장의 하향 압박을 받는 가운데 내수확대를 위해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 대신 통화증가량은 지난해와 같은 13%로 고정했다. 시중 유동성을 늘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신중한 통화정책'에서 '균형 잡힌 통화정책'으로 미묘한 변화를 보인 것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묘한 표현의 변화는 정부가 신용 완화를 할 수 있는 틈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목표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3.5%를 제시했다.
재정 등이 투입될 민생과 지역발전은 세제개편과 도농 간 균형 발전에 집중됐다. 우선 소비세·자원세 개혁을 추진하고 부동산세와 환경보호세의 입법이 추진된다. 부동산 추가 규제에 대한 언급 대신 올해는 불량주거지대 주택 470만가구를 포함한 700만가구 신규 건설과 480만가구의 보장성 주택건설을 약속했다. 3중전회에서 제시됐던 농민재산권 부여를 위해 농촌집체 건설용지 사용권에 대한 확인·등록·증서발급 업무도 서둘러 추진한다. 또 도시의 100M(메가) 광케이블설치사업과 광대역망 농촌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인터넷서버의 데이터처리속도를 대폭 높일 계획이다.
◇스모그에 전쟁선포=베이징 등 중국 대륙 4분의1의 하늘을 뒤덮었던 스모그에 시진핑 정부가 선전포고를 했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빈곤에 맞서 싸웠던 것처럼 오염 퇴치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스모그 해결에 전력을 기울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인들에게 확산된 스모그 공포에 중국 정부는 예년과 달리 구체적인 대기오염 예방퇴치 행동계획을 내놓았다. 우선 올해 소형 석탄보일러 5만대를 폐쇄하고 1,500만㎾의 화력발전설비에 탈황시설을 장착한다. 또 1억3,000만㎾의 화력발전설비에 탈질설비를, 1억8,000만㎾의 화력발전에 분진제거시설을 장착한다. 스모그의 주범 중 하나인 노후차량 600만대를 폐차시키고 황 함유량을 낮춘 국가Ⅳ표준의 디젤유를 공급한다. 아울러 음용수 보호와 토양복원사업도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