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미국 경제에 어김없이 적용된 법칙이 있다. 원유가 급등 뒤에는 반드시 침체(Recession)가 찾아 왔다는 것.
이라크전 위기 고조로 27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한때 걸프전 이후 최고치인 40달러를 기록, 이 법칙이 이번에도 적용될 것인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 전문 사이트 CNN머니는 그동안 미 경제 낙관론을 잃지 않았던 경제 학자들조차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해 미국의 경기 침체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현재 WTI가격은 2002년 초에 비해 두배 이상 높은 수준. 올 들어 20%나 상승한 상태다. 과거 역사를 볼 때 이 같은 조짐은 미 경제에 심각한 `적신호`라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제 1차 석유파동이 발발했던 1973년 원유가격이 세배 이상 치솟은 이후 1974년 미국은 세계 제 2차 대전이후 최장ㆍ최악의 침체를 맞았다. 1979년 제 2차 석유파동 직후인 1980년 1월에도 미국은 경제 침체에 돌입했다.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 원유가가 배럴당 41.15달러를 기록했던 1990년 역시 마찬가지. 2000년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잇단 감산으로 원유가가 25달러에서 36달러까지 급등, 2001년 미 경제 침체가 시작됐다.
특히 이번에 이라크전이 발발, 유가가 치솟을 경우 지난 걸프전보다 미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석유 의존도가 당시보다 높은데다 미국의 원유재고량은 더 적기 때문. 전쟁이 일어난 뒤 유가가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도 크다.
피맷 USA오일의 존 키더프는 “향후 유가는 일단 지난 걸프전 당시 최고점인 41.15달러까지 상승한 뒤 최악의 경우 50~60달러까지 계속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