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독 훽스트사/잇단 「미식 경영」 도입/불황탈출 승부수 적중

◎자회사 독립경영등 자율성 부여/영업실적 호조… 순익 증가세로 「기업분할」 발표후 주가도 최고치과감한 리스트럭처링(구조재조정), 자율성 강화, 투명한 계정도입…. 유럽최대 화학업체 훽스트가 지속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응급처방을 내놓았다. 방법은 「미국식 경영」이다. 위르겐 도르만 훽스트회장이 이달초 내놓은 경영혁신론의 화두는 그룹의 대규모 스핀오프(기업분할)였다. 그룹 경영혁신 프로그램에 따르면 제약사업 부문인 훽스트 매리언 러셀을 모회사로 통합하는 한편 그룹 전체가 6개의 자회사로 분리된다. 만성적자로 그룹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플라스틱사업부를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에 매각하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그룹내부의 체질개선도 서두르고 있다. 훽스트 관계자는 『도르만 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부서 운영자들이 할당된 비용의 30%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실토한다. 관료화된 그룹체질때문이었다. 의사결정이 중앙으로 집중되면서 아래사람들은 상부의 눈치보기에만 바빴다. 모험투자라는 것은 자연 생각할 수도 없게되고 기술수준은 경쟁업체에 밀리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도르만 회장은 94년 취임이후 2년이 되도록 그룹의 경영부진이 계속되자 자신이 하버드대학 시절 익힌 경영방법을 도입했다. 중앙으로 집중된 권한을 하부조직으로 대거 넘기고, 자회사들에 독립경영과 자체 청산계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율성을 부여했다. 훽스트의 이같은 경영혁신은 최근들어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기업분할 발표후 주가가 우선 상승일로에 들어서며 95년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 영업실적은 그룹내부 수술이 이뤄지며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3분기중 세전이익은 지난해보다 3%가 늘어난 13억4천만마르크(8억8천7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몇년간 지속된 순익감소세가 다시 오름세로 반전한 것이다. 기업분할은 이같은 기조를 최고점에 올려놓기 위한 방책인 셈이다. 이익이 일시적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해서 침체에 허덕이던 그룹이 회생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훽스트의 경영혁신 추진은 내년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훽스트는 뉴욕증시 상장을, 주식투자자들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삼는 미국의 「주주 자본주의」식 경영을 본격적으로 익히는 기회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훽스트가 표방하는 「주주 자본주의」에는 리스트럭처링, 이윤중심의 경영, 계정의 투명성 등이 망라돼 있다. 훽스트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뉴욕증시 상장과 스핀오프 등의 경영혁신. 이는 훽스트가 화학업체로서 독보적 존재라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처방이자, 종국에는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독일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새 경영방식이 될 것이라는게 현지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인철>

관련기사



최인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