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태평양 지퍼(해외로 뛰는 중기)

◎“생산­판매 연계” 현지화전략 성공/방글라인 위주 공장운영으로 시장공략/현지정부 섬유정책 협조 특혜 받기도/진출 4년만에 매출 16배·400만불 기록경기도 곤지암에 소재한 (주)태평양지퍼(대표 배중대)는 지난해 매출액이 65억원의 중소 지퍼제조업체지만 여러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업체다. 우선 한국지퍼, 삼도물산과 함께 국내 지퍼업계 빅3로 불릴만큼 지퍼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으며, 국내 지퍼산업 36년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해 보기드문 성공을 거둔 업체로 꼽히고 있다. 태평양지퍼는 특히 해외생산, 또는 해외 생산기지 설립 일변도로 이루어져 왔던 그동안의 국내 중소기업 해외진출 패턴과는 달리 현지생산과 판매를 연계,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각종 경단체나 학계에서 대표적인 해외진출 스터디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을 정도다. 「HHH」라는 브랜드의 태평양지퍼가 처음으로 해외무대에 진출한 것은 지난 92년 4월이다. 대상지역은 방글라데시의 항구도시인 치타콩. 1백만달러를 투자해 태평양지퍼 방글라데시 유한회사(Pacific Zipper Bangladesh LTD)라는 법인명으로 출발한 태평양지퍼 현지공장의 초기 자화상은 건평 7백평에 건평 5백평 남짓한, 말 그대로 중소제조업체의 연장이었다. 그러나 불과 4년후에는 현지공장 규모가 건평 2천6백평, 연건평 1천8백평으로 커졌으며, 특히 연 매출액도 진출 원년 25만달러에서 4백만달러로 급성장했다. 이같은 매출액 규모는 방글라데시 지퍼시장의 20%에 해당되는 것이다. 태평양지퍼는 올해 매출을 7백만달러로 늘리고 시장점유율 역시 30%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태평양지퍼가 해외진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한마디로 현지생산및 현지판매의 동반 성공때문이다. 당초 태평양지퍼가 방글라데시에 진출할 당시 단순한 해외생산은 모르되 생산과 판매를 연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일반적 관측이었다. 대부분의 현지국가들이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제3국으로의 수출을 의무화하는 것이 대체적인 추세였으며, 아무런 기반없이 현지시장을 공략하기는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반의 관측을 뒤업고 태평양지퍼가 기대밖의 성공을 거둔데는 진출초기 심혈을 기울였던 현지화전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즉 단순한 해외생산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현지판매까지 병행하려면 반드시 현지화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태평양지퍼는 진출 초기 현지공장의 생산 및 판매조직부터 현지화, 지사장과 기술지도를 위한 엔지니어 3명을 제외하고는 영업담당 이사로부터 무역과, 생산과, 인사과 책임자를 모두 현지인으로 채용했다. 한마디로 생산, 판매는 물론이고 공장가동과 근로자 인사권까지 현지인이 담당케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같은 현지화 작업으로 인해 태평양지퍼 현지공장은 이제껏 노사분규 한번 겪지 않았으며, 현지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생산성 또한 날로 증가하고 있다. 태평양지퍼의 현지화작업은 대정부관계에 까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은 기술유출을 막기위해 생산공장 공개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태평양지퍼는 섬유봉제 강국으로의 부상을 꿈꾸는 방글라데시가 원부자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간파, 오히려 도움을 주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로인해 태평양지퍼는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섬유봉제 원부자재 국산화기업으로 지정받는가 하면, 방글라데시 산업은행이 주관한 지퍼공장 프로젝트 국제입찰에 낙찰되는 등의 혜택도 입었다. 배중대 사장은 『해외진출 기업의 현지화는 현지인과의 마찰 최소화를 통한 생산성 극대화는 물론 별다른 저항없이 현지시장 진입을 가능케 하는 효율적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정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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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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