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은행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 개도국이 지구촌 경제성장 견인

3일 공개된 세계은행(WB)의 2004년 경제전망 보고서는 지난 2001년 주요 선진 주식시장 붕괴 이후 이렇다 할 경기 호전 사인 없이 더딘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처음으로 뚜렷한 경기 상승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미국은 지난 2002년부터 공식적인 경기 회복을 선언했지만 90년대말 과잉 투자에 따른 기업 투자 위축 지속, 이라크전 등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산업 생산 호조 및 소비 심리 호전, 이에 따른 개도국 등 아시아의 수출 확대 등이 맞물리며 글로벌 경제 전체에 활력이 붙기 시작했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사상 최대 재정적자, 일본의 여전한 소비 심리 위축 등 불안 요인이 짙게 깔려있다며 확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각국이 무역 자유화, 시장 개방에 좀 더 진지하게 나서 줄 것을 WB는 강력히 촉구했다. ◇선진 경제 활력 조짐=선진 경제 활력의 구심점은 단연 미국이다. 증권시장 활황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 생산 증가세 지속, 기업 투자 심리 호전 사인이 곳곳에서 나타나며 지난 2001년 침체후 처음으로 3%대의 비교적 높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성장세라면 현재 미 경제의 가장 취약점인 높은 실업률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낳게 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간신히 플러스 성장세를 보인 일본과 유로권이 1%대의 성장세로 높아지겠지만 여전히 본격적인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이들 국가들은 금리 재정 등 거시 부분에서의 경기 진작책을 거의 다 소진했기 때문에 확실한 성장세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촉구했다. ◇개도국이 세계 경제 성장 견인=WB는 선진국 경제 불안에다 사스, 이라크 전쟁 등 돌발 변수까지 겹치며 올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던 개도국, 특히 아시아 경제가 내년도에는 세계 경제 성장의 동인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이 아시아 경제 성장률을 견인하며 동아시아 성장률을 올해 6.1%에서 6.7%로 끌어 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다 베네수엘라 석유 사태, 브라질 정정 불안 등으로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남미 경제가 올해 1.8%, 내년 3.7%로 놀라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졌다. 보고서는 아시아 외환위기, 국제 테러 등으로 아시아국을 중심으로 소비 심리 호전, 수출 확대가 가속화하며 아시아 남미 등 여러 권역에서 개도국다운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무역자유화ㆍ시장 개방이 관건=보고서는 이 같은 경제 회복세를 공고히 하고 확대하기 위해선 다음주 열리는 WTO 도하 라운드 협상을 시발로 각국이 무역자유화와 시장 개방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라크전, 국제 테러 위협 등으로 지난 90년대 확장일로에 있던 개방화 자유화 추세가 위축되고 있다며 각국은 다시 세계 경제의 개방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역 자유화와 시장 개방이 상대국에 주는 `양보`라고 이해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자국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계기가 돼 경제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앞으로 2015년까지 개도국과 선진국이 각각 15%, 10%의 관세 인하를 이룩할 경우 개도국과 선진국은 각각 3,500억달러, 1,700억달러의 소득 증대를 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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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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