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주로 나는 중국, 우물에 갇힌 한국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한국을 추월했다. 국제신용평가 업체인 무디스는 16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지난 93년 이후 10년만에 `A3`에서 `A2`로 한단계 상향 조정했다. 반면 97년 `A1`이었던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Ba1`까지 급락했다가 지난해 3월28일 `A3`으로 회복된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경쟁대상국 가운데 가장 신용등급이 낮은 나라가 됐다. 게다가 무디스는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면 신용등급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혀 그나마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첫 유인 우주선인 신저우(神舟) 5호의 발사 성공으로 국민적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는 중국경제는 두드러진 성장세를 지속, 최근에는 도리어 경기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올해 사스 파동에도 불구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9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8.5% 증가했고 올해 전체로 10% 성장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이어 세 차례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정도로 궁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크게 낮췄다. 당초 전망치 5.3%에서 반토막이 난 셈이다. 하지만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중국과의 기술력 차이가 현재의 6.3년에서 2010년에는 3년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한국산업기술재단의 전망이다. 한마디로 우리에게 중국은 더 이상 후발개도국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리고 13억명의 인구대국 중국이 앞으로 얼마나 고도성장을 지속해 나갈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속적인 투자유치로 산업기술의 혁신단계에 접어든 중국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게 우리의 처지다. 심지어 동남아에서는 최근 위안화가 결제통화로 쓰이고 있고 환투기꾼들이 위안화 사재기에 나섰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중국의 추격에 대처해도 모자라는 마당에 사회구성원 집단들이 갈갈이 찢기어 싸우기에 바쁘다. 사회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은 재신임을 선택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기업의욕을 잃은 기업인들은 공장을 헐어 중국으로 가고 있다. 경제는 제자리 걸음이고 정치는 뒷걸음을 치고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은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비전을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특히 정부는 왜 사회통합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를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는 동북아 중심은커녕 중국의 변방경제로 추락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때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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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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