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라크전쟁 상관없이 美경제회복 지연될듯

이라크 전쟁만 해결되면,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것인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비롯해 미국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그렇게 믿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전쟁 해결 여부와 상관없이 실물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뉴욕 증시와 달러, 부동산 시장등에 형성된 자산 거품이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고, 따라서 올해도 기업투자가 살아나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1일 의회 증언에서 “이라크 사태에 의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미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뉴욕 월가의 이코노미스트 55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3분의 2가 이 의견에 동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실물경제 경제 여건이 전쟁 여부와 상관없이 기력을 상실하고 있다. 첫째, 3년째 하락한 뉴욕 증시의 거품이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아 올해도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주가 하락은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것만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업 수익의 개선 속도가 느려 1ㆍ4분기 S&P 500 기업의 수익 증가 전망치가 연초 18%에서 지금은 10%대로 떨어졌다. 아직도 뉴욕 주가가 싸지 않기 때문에 주식을 사는 사람이 드물고 이라크 전쟁을 핑계로 주식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증시와 함께 부동산 시장과 소비 분야에 형성된 거품도 한계에 이르러,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경우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지난해 미 달러가 유로화 대비 20% 급락했음에도 불구,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줄지 않아 달러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무부가 발표한 2002년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은 4,3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1.5%나 증가했다. 존 스노 신임 재무장관은 무역 적자 확대를 의식, 폴 오닐 전임 장관처럼 `강한 달러`론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 달러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국제 유동성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 뉴욕 증시에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 미국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90년대 10년간 장기 호황 때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설비 확대에 나섰지만, 최근 3년간 경기가 둔화하면서 설비 과잉에 따른 수익 감소로 부실 채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말 은행의 부실대출 규모가 800억 달러를 넘고, 부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쟁을 하든, 평화적으로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든, 국제 정치와 경제의 문제가 미국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핵 이슈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일본 및 독일 경제의 정체, 남미 국가의 금융 부실 확대 등도 미국 경제 회복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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