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루머가 정치권에서 나돌았다. 이에 대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가이르 룬데슈타트 사무총장은 "노벨상 로비설은 무지의 소치이자 매우 무례한(Outrageous) 주장"이라며 분개했다. 우리나라는 이 해프닝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포스데이타는 18일로 다가온 CMM 레벨 4 인증평가를 받기 위해 전직원이 대입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처럼 열심이다. CMM이란 미국이 만든 국제품질인증으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최소한 레벨 3을 확보해야 미국 등 선진국의 입찰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CMM은 명예는 물론 돈과도 직결된다. 지난해 레벨 3 인증시험을 주관한 심사원이 며칠 전 포스데이타에 연락을 해왔다. "한국의 모 SI 기업으로부터 포스데이타가 로비를 벌여 레벨 3 인증을 받았으니 조사해달라는 투서가 들어왔다"며 "당신네 나라는 어떻게 이런 무례한 주장을 할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번 투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레벨 3 인증을 받은 뒤에도 같은 업체가 로비 의혹을 제기하며 재평가할 것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물론 조사가 있었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업은 아직 레벨 3 인증을 얻지 못했고 당연히 레벨 4 인증은 아직 먼 남의 이야기다. 우리 마음 속에는 적당히 뒷돈을 쥐어주고 향응을 조금 베풀면 못할 일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 일이 노벨상 수상이건, CMM 인증 획득이건, 아니면 그 어떤 일이건 말이다. 또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고, 못 먹는 감은 찔러보고 싶은' 못된 정서도 여전하다. 정치권이야 이미 치유가 불가능하다지만 가장 투명해야 할 정보기술(IT) 업계마저 이런 치졸한 짓을 한다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는가.
한기석<정보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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