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7월 11일] 환상과 잡담으로 끝난 G8 회담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이 그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이 모였음에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합의에 실패했다는 사실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서 인도와 중국이 탄소배출량 감축을 거부함으로써 G8 회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G8이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신뢰가 무너졌고 G8의 모든 선언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지구온난화, 국제유가와 식품가격 상승, 아프리카의 빈곤, 신용경색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중국ㆍ인도 등 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는 ‘공동의 비전’을 도출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참여 없이는 고유가 및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 아프리카 국가가 단 1개국도 참석하지 않아 짐바브웨의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고립시킬 방안을 논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G8은 국제사회에서 동떨어져 있다. 연례회의는 그저 사진이나 한번 찍고 내용 없는 공식성명을 작성하는 부실한 행사로 전락했다. 현재의 혹독한 금융위기 역시 G8의 무능함을 드러냈다. 세계경제의 지형은 30여년 전 G8이 결성됐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금융시장은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됐으며 각종 자산 사이를 오가는 자본의 흐름도 복잡해졌다. 이 때문에 G8은 각 나라의 금융당국이 그렇듯 금융시장을 통제할 능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 환율의 경우 정부나 중앙은행이 여전히 통제력을 쥐고 있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중국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헛수고다. G8을 개조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G8은 러시아가 합류하기 전의 G7이 그랬듯 비슷한 입장을 가진 선진국들의 모여 잡담이나 하는 회의에 그친다. 결코 국제사회를 이끄는 모임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제대국만 포함된다면 불화가 생기기 십상이다. 오히려 중국뿐 아니라 브라질과 인도도 참여할 수 있도록 좌석 수를 늘려야 한다. ‘G12’를 만든다면 스페인 등도 참여할 수 있다. 그러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회의석상에 앉게 된다. 중국이 G8에 참여하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비판이 두려워서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의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다른 국가들과 행동을 같이 하고 싶다면 이 같은 비판은 감수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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