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중기청 대오각성해야

협약 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중소기업청과 이마트의 중소상인 공동구매 지원사업의 비현실성을 지적한 본지 기사가 나간 후 중기청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윤범수 중기청 소상공인지원과장은 "나들가게와 중소슈퍼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사업 진행 방향에 대해)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 서 있는 이마트와 이의 피해자격인 중소상인의 협업을 모색한다는 사업 자체의 한계를 중기청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중소상인들이 근본적인 지원책으로 요구하는 공동물류센터 건립이 시급하다는 점을 중기청은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중기청은 올해 전국 5개소의 시범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600억원의 예산을 신청한 바 있다. 여기에는 올해 나들가게를 5,300개에서 1만개로 늘리려면 이를 위한 물류시스템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정책적 고민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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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기청의 예산 요구는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평가를 만족시키지 못해 좌초됐다. 재정부 타당성심사과 관계자는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 균형발전 세 가지 요소 평가에서 사업추진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중기청이) 충분히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평가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정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확실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다. 한마디로 '정책 프로'의 솜씨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중소상인 진흥책과 관련한 중기청의 대오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 이 참에 문제가 많은 대기업과의 공동구매사업은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대신 자체 물류센터 건립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거나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등 똑부러진 처방을 내놔야 한다.

중소상인을 위해 중기청이 무엇을 해왔고 또 앞으로 어떻게 뛰는지 중소업계는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전형적 전시행정인 이마트 공동구매 사업을 이대로 지지부진하게 끌고 간다면 중기청에 굳이 '소상공인정책국'을 둬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터져 나올 것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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