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14일] 미소금융은 레드카펫이 아니다

SetSectionName(); [기자의 눈/1월 14일] 미소금융은 레드카펫이 아니다 민병권 기자 (금융부) newsroom@sed.co.kr

지난 12일 한 미소금융재단에서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졌다. 여권의 실세로 꼽히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미소금융 실태를 돌아보겠다며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고충을 처리하는 기관이기는 하지만 그 고충 처리의 분야는 정부 행정 관련 민원에 국한된다. 민간기관의 서민금융사업인 미소금융을 행정감찰기관장이 점검하겠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또 해서도 안 된다. 이 위원장이 이날 내놓은 훈수는 논란거리를 한층 키웠다. 그는 출연기관장 등이 있는 자리에서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자에 대해서는 (대출) 조건을 조금 낮춰줄 필요가 있다"며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단돈 50만원이라도 빌려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우선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이런 조언은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에게 직접 하면 된다. 이 위원장이 방문한 기관은 미소금융을 총괄하는 곳이 아닌데 굳이 어렵게 그곳에서 이런 요청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더욱 큰 문제는 대출 조건을 완화해달라는 그의 요청이 미소금융사업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주요 언론기관들은 미소금융 대출이 자칫 서민금융을 빙자한 선심성 퍼주기 대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조명하며 엄격한 대출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대출 기준을 낮추라니. 기자도 미소금융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해왔지만 그것은 대출창구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대출상품을 다양화하라는 의미이지 대출심사의 절대 기준을 하향 조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미소금융사업은 이제 막 운전면허를 딴 '초보운전자'와 같다. 초보운전자는 조금 속도가 느리더라도 조심해서 살살 운전하는 게 상식이다. 조수석에 갑자기 올라탄 사람이 속도가 더디다고 채근하면 오히려 교통사고만 부추길 뿐이다. 미소금융사업은 전문 금융인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국회의원은 입법으로, 정부 당국자는 제도적 지원을 통해 뒤에서 조용히 뒷받침하면 된다. 미소금융은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서 포토제닉 이벤트를 여는 레드 카펫 행사장이 아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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