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1월 10일] 연리지(連理枝)의 사랑과 행복

“하늘에 있을 때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길 원하오며 땅에 있을 때는 연리지(連理枝)가 되길 바랍니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읊은 ‘장한가(長恨歌)’ 속에 나오는 사랑을 맹세하는 구절이다. 비익조와 연리지는 모두 부부의 깊은 애정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다. 비익조는 날개가 하나뿐인 새로 두 마리가 합쳐야 비로소 날 수 있다. 연리지 역시 따로 성장한 두 나뭇가지가 붙어 하나로 보이는 형상으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상징한다. 한나라 말기의 문인 채옹은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말년에 병상에 눕자 삼년 동안 한번도 옷을 벗지 않은 채 간호에 매달렸으나 병이 악화된 어머니는 끝내 세상을 떠났다. 채옹은 어머니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상을 치렀다. 그 후 채옹의 집 앞에 두 그루의 나무 싹이 돋아났다. 그 싹이 점점 커지면서 나뭇결이 붙은 가지가 됐다. 세상 사람들은 채옹의 효성이 하늘에 닿아 생긴 일이라며 ‘나뭇결이 붙다’는 뜻의 연리지(連理枝ㆍ결이 붙다)라고 불렀다. 처음 효성의 뜻을 담았던 연리지는 점차 부부 간의 깊은 사랑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게 됐다. 대전시에는 연리지의 애틋한 정이 한 자리에 모여 이뤄진 ‘연리지 숲’이 있다. 쾌적한 환경이 도시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신념으로 3천만그루 나무심기사업을 벌이면서 시민들과 함께 펼쳐가고 있는 결혼나무심기운동의 결실이다. 지난주 말에도 갓 가정을 꾸린 신혼부부 10여쌍을 비롯해 은혼과 금혼을 맞은 53쌍의 부부와 가족들이 ‘연리지 동산’에 모여 부부의 사랑과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기념나무를 심었다. 연리지 숲이 무성해질수록 가족의 소중한 정이 녹색 향기로 퍼져나가는 듯해 마음 한 자락이 뭉클해진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도시화ㆍ핵가족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 의식의 붕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세계 3위의 이혼율을 기록하는 불명예스러운 사회 현상을 낳고 있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家和萬事成)’는 가치는 공동선(共同善)으로 강조돼야 할 사회의 덕목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울창한 숲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는 대전시의 ‘연리지 동산’은 부부 사랑과 가정 화목의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대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결혼기념나무 심기운동이 ‘연리지’의 뜻을 되새기는 새로운 가정문화로 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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