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 일환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진행하고 있는 '직장으로 찾아가는 학부모교실'이 엉성한 프로그램 진행 탓에 참석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을지로 SKT타워 4층에서 열린 '학부모 교실'은 당초 예상 인원 250명에 훨씬 못 미치는 40여명만 참석했다.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만큼 성황리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예상 인원의 6분의1에 미치지 못했다.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에 썰렁한 기운이 감돌 정도였다. 오전11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점심시간을 이용한 강의라는 점을 감안해도 엉성한 프로그램과 행사진행은 학교 폭력을 막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게 할 정도라는 게 참석자들의 평가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과 인식전환을 부탁하는 내용의 인사말을 5분여 정도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교과부 장관과의 질의응답 순서는 생략됐다. 이 장관은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는 때리는 것이 장난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봐서는 안된다"며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어 우지향 문화고 교사가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학부모의 자세'라는 제목의 강의를 진행했으나 예정됐던 질의응답 시간은 다시 시간에 쫓겨 아예 생략됐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SK텔레콤 직원 박영규(가명)씨는 이날 행사에 대해 "모두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가려운 부분을 하나도 긁어주지 못했다"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 자녀를 둔 김선영(가명)씨는 "아마 상당수가 학교폭력은 남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며 "홍보도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들은 교과부의 학부모 교실이 탁상행정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벤트성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는 것이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교과부의 의지와 노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연령이 다른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은 관심사가 달라 모두 모아놓고 강연을 하면 강의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집중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질 높은 맞춤형 강의로 연령별로 묶어서 강의하면 학부모들이 조금 더 자신의 일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주영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이 장관이 많은 곳을 찾아 다니며 일을 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기로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