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런 식으론 방폐장 못 만든다

정부가 부안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립계획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했다. 이 사업으로 인해 지난 5개월여 동안 국가적으로 치른 비용과 희생을 생각하면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결정이다. 정부가 주민 여론수렴 절차도 전혀 없이 부안군수의 유치신청만으로 후보지를 선정한 것은 17년 동안이나 표류해온 이 사업으로부터 아무런 역사적 교훈을 얻지 못한 처사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뒤늦게 주민투표절차를 거친 유치신청을 받겠다고 하고 있으나 부안사태를 보고서도 유치신청을 할 자치단체가 나올 것인지 의문이 든다. 부안 이외의 지역으로부터 유치신청을 받기로 한 것은 부안과 경쟁을 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이나 그런 얄팍한 자세로는 어느 곳으로부터도 신뢰를 얻기가 힘들다. 결론적으로 말해 부안 방폐장 건설은 원점에서 재검토 할 게 아니라 일단 부안에서 결론을 낸 뒤 다른 후보지를 물색하는 것이 바른 절차라고 본다. 그 점에서 위도지원 특별법과 부안군 발전 종합계획을 부지선정 때 까지 보류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정부는 내년 6~9월중에 부지를 확정한 뒤 2007년부터 건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나 다른 곳을 부지로 선정하더라도 부안에서와 같은 시위사태는 재연된다고 봐야 한다. 환경단체들이 방사성폐기장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이상 그 같은 결과는 불가피하다. 부안에서는 그동안 반대시위도 있었지만 대화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찬성의견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의 원점 재검토는 정부정책에 동조하고 유치를 찬성한 단체들을 김빠지게 하는 처사라는 점에서도 잘못된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성심성의를 다해 주민 설득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위도방폐장건설과 관련해 부안주민들과 대화용의를 표명한 적도 있다. 정부는 위도에 방폐장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위도에 대통령별장을 짓는다는 방안까지 말한 적도 있다. 정부는 그런 노력을 먼저 기울이고 나서 주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부안에서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조성되면 주민투표에 붙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나 사실상 백지화를 전제로 한 상황에서의 주민투표는 하나마나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같은 사업을 수년에 걸친 주민설득 끝에 성사시켰다. 아무 준비없이 허겁지겁 후보지를 발표했다가 반대세력의 시위로 정책이 백지화 되는 것은 무책임의 행정의 극치다. 그것은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 식의 행정이다. 또 하나 강조 할 것은 방폐장건설과 관련해 앞으로 부안에서 실시될 주민투표는 주민기피시설을 설치함에 있어 하나의 수범이 되는 일이므로 세심하게 제도를 다듬어야 할 것이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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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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