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철강.조선] IMF에도 傳設은 무너지지 않는다

「강장(强將)밑에 약졸(弱卒)없다는 말처럼 강한 조선산업 뒤에는 반드시 튼튼한 철강산업이 버티고 있다.」 조선은 건설·자동차 다음으로 철강제품을 많이 쓰는 산업이다. 다시말해 조선과 철강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이 병이 나면 다른 쪽도 병이 나게 마련이다. 조선은 철강을, 철강은 조선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철강산업의 전·후방 연관성은 세계조선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세계 조선의 중심지는 미국이었다.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풍부한 산림은 목선시대에 미국을 세계 최강의 조선국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20세기들어 철·강선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배를 만드는 중심지는 산업혁명이 발생한 유럽으로 옮겨간다. 특히 산업혁명의 발생지인 영국은 풍부한 철광석을 바탕으로 50년대초까지 세계 조선산업을 이끌었다. 5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이 세계 조선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도 신일본제철이라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회사가 밑받침이 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조선이 불과 30년도 채 안된 근대화 기간동안 세계 2위로 도약하고, 세계 1위인 일본과 자웅을 겨룰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막강한 철강산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철강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강재가 선박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르고 있다는데서도 알 수 있다. 값싸고 품질 좋은 강재를 공급받는 것이 조선 경쟁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포항제철을 비롯한 철강업체들이 품질좋은 강재를 낮은 가격에 공급해 온 것이 오늘의 한국조선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원화환율의 극심한 변동을 감안할 때 국내의 안정된 강재공급이 없었다면 국내 조선산업이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는 굳이 물어보나마다. 철강업계도 조선업체에 강재를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마련,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동고동락하는 셈이다. 90년대들어 조선산업의 철강재 소비비중은 국내 철강생산량의 11%~1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후판이 차지하고 있다. 후판은 6㎜ 이상비교적 두꺼운 열간압연강판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12㎜~20㎜의 중후판이 배를 만들 때 사용된다. 조선용 후판 수요는 지난 94년 111만톤을 기록한 후 95년 154만톤, 96년 205만톤, 지난해에는 221만톤을 넘어섰다. 공급부족으로 30~50%는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이에 따라 포철이 지난 9월 106만톤 규모의 제3후판 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동국제강도 지난해 12월 포항에 150만톤 규모의 2후판공장을 준공하는 등 공급능력을 더욱 확충하고 있다. 또 선박건조시 보강재로 사용되는 「ㄱ」자 형강은 인천제철 등 전기로업체들이 자체 개발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조선소들의 강재수입 비중은 올들어 15% 선으로 떨어졌으며 앞으로 수입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공급하는 후판의 가격은 톤당 320달러이나 일본제는 톤당 382달러로 더 싸다. 일본 철강업체들이 한국조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톤당 70달러 가량 인하할 계획이지만 국내철강업체들은 일본제품의 가격과 관계없이 10% 이상의 가격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 강재가격이 일본 수입가보다 낮은 것이 선박의 가격경쟁력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일본에 비해 물류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강재 공급업체는 표준품 외의 규격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강재를 조선소에 운송하기 전에 조선소 공정에 맞춰 사전에 강재를 분류하고 적기에 공급하고 있어 재고기간이 3~4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품종별로 별도요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강재 재고기간이 1개월이 넘어 추가비용이 많이 든다. 또 원료에 대한 제품비율도 일본에 비해 낮다. 이같은 분류 및 재고비용 등 추가비용은 자재조달비용의 5~10%에 해당한다. 이는 조선소 제조원가를 1~2%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조선·철강 양산업의 전후방 연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물류여건을 개선해 조선업계의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채수종·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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