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라퐁텐 "유로화 끝장 안내면 유로존 경제에 재앙"

"단일통화 체제 묶여 남유럽 위기만 부채질" 출범 때 발언 번복 파문<br>독일 '나홀로 긴축' 속 역내 반감 갈수록 커져



남유럽과 북유럽 간의 경제력 격차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근본적인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운데 유로화 탄생의 주역이었던 오스카어 라퐁텐(사진) 전 독일 재무부 장관이 유로화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라퐁텐은 독일 좌파당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상황이 재앙으로 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라퐁텐은 지난 1998년 10월에서 1999년 3월의 독일 재무장관 재임시절 1999년 1월 유로화 출범의 산파역을 담당하며 경제사에 이름을 올린 역사적 인물이다.


그는 '유럽 모든 국가의 단일세금 체제 구축' '개별국가 개념 철폐 및 유럽 통일' 등 하나된 유럽을 강하게 주장해 영국 언론 '더 선(The Sun)'으로부터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라퐁텐은 유로화 출범 14년 만에 자신의 판단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자아비판을 했다. 그는 "유로화가 모든 방면에서 이성적인 경제행동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희망은 헛된 것이었다"라며 "특히 스페인ㆍ포르투갈ㆍ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에 국가경쟁력 향상을 강제하는 정책은 재앙적"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내에서 독일만 사실상 긴축정책을 고수하고 프랑스 등 유로존의 나머지 국가들은 성장을 외치는 상황에서 독일 내 대표적 유로화 옹호론자들의 변심으로 유로존 분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독일 재무부 자문기관인 과학위원회의 카이 콘라트 회장도 유로체제가 5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라퐁텐은 유로화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유로존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로 0.1%포인트 낮춰 잡았고 3월 실업률도 12.1%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특히 그는 단일통화 체제에 묶여 남유럽 경제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자국의 경제수준보다 평가 절상된 유로화를 사용하느라 경제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만큼 유로화를 해체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독일 주도의 천편일률적 경제개혁이 아니라 각국의 경제여건에 맞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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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반목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유로화 해체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그는 "프랑스와 남유럽 국가들이 비참한 경제상황 때문에 조만간 힘을 합쳐 독일 패권에 대항할 것이라는 점을 독일인들은 모르고 있다"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때 가서야 자신이 얼마나 독선적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프랑스는 독일에 대한 반감을 나날이 노골화하고 있다. 4일 피에르 모스코비시 프랑스 재무장관은 EC가 프랑스의 재정적자 감축시한을 2년 연장한다고 발표하자 "긴축은 끝났다"며 "이는 프랑스의 승리"라고 독일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3일 EC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감축하는 시한을 2년 연장했다.

이에 필리프 뢰슬러 독일 부총리는 EC의 발언이 무책임하다고 반발하는 등 역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집권 사회당과 독일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은 각각의 내부문서에서 서로를 비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탈리아도 새롭게 취임한 엔리코 레타 총리가 독일 주도의 긴축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외에도 라퐁텐은 "높은 실업률이 역내 민주주의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실업률로 생활이 파탄 난 역내 국민들은 유로존 해체를 원하지만 정작 유로존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해체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유럽연합(EU) 국민들의 EU 불신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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